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장에 운용체계(OS) 경쟁이 시작됐다. 소비자들이 모바일과의 연동성에 주목하며 기존 모바일 OS 강자들의 참여가 가속화되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일본 내비게이션 업체 클라리온과 미국 구글이 공동으로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안드로이드 OS를 채용한 제품이다.
클라리온은 연간 600만대 규모의 내비게이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에는 차량용 클라우드 서비스 ‘스마트 액세스’를 발표하며 구글의 음성인식과 검색 기술을 적용한 바 있다.
이번 공동 개발 제품은 7인치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다기능 내비게이션이다. 원하는 기능을 추가 설치할 수 있다. 무선 내부 네트워크를 사용한 접속은 물론 3세대(G) 이동통신 네트워크 사용도 가능하다. 인터넷으로 지도 정보 교환 등이 가능하며 스마트폰과 같이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과의 차별화도 꾀했다. 스마트폰의 장점인 빠른 경로 탐색 기능 외에도 차량 내 카메라 영상을 이용한 안전 기능을 탑재했다.
제품은 택시 등 업무용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외부 업체에서 내비게이션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개해 업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기존의 절반 정도로 낮췄다. 회사는 제품을 오는 9월 출시하고 일본 택시 회사와 제휴해 연간 1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국내외 시장에도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내비게이션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구글·애플 OS 탑재 늘어나는 내비게이션 시장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기반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가 대부분이던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OS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애플은 올해 초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차량용 애플 OS ‘카플레이’를 공개했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iOS와 같이 지도, 검색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음성인식 등을 활용한 아이폰과의 연동성도 뛰어나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으로 통화 등을 조작할 수 있다. 파이오니아, 알파인 등 내비게이션 업체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도 점진적으로 카플레이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구글도 지난 1월부터 혼다,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해 안드로이드 OS를 활용한 차량용 서비스와 내비게이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동해 운전자의 목소리나 시선의 움직임을 감지해 정보 검색 등이 가능하다.
◇영향력 커진 OS…업계 경쟁 더 치열해진다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성이 차량 주요 기능으로 부상하며 업체간 차량용 OS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OS와 차량용 내비게이션 OS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등 차세대 스마트 자동차 개발에 속도가 붙으며 OS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향후 IT 기업과 자동차 제조사의 차세대 자동차 시장 주도권 타툼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이미 구글은 자율주행차를 차기 주요 제품으로 내걸고 3세대 자율주행차 시제품 시연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국내 내비게이션 업계 관계자는 “과거 윈도 기반에 국한됐던 내비게이션 제품 개발이 안드로이드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구글, 애플 OS를 적극 채용하는 자동차 제조사들 움직임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