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인가제 폐지 공방 점화… “진정한 자율경쟁 시작” vs “요금상승 주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인가제 폐지를 놓고 업계 간 공방은 10년 가까이 진행된 해묵은 의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발효와 비슷한 시기에 인가제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업계의 찬반양론은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이슈분석] 인가제 폐지 공방 점화… “진정한 자율경쟁 시작” vs “요금상승 주범”

우리나라 통신요금은 1983년 시내전화와 이동통신요금이 대통령 승인사항으로 정해진 이후 1991년 전면 인가제로 전환, 정부 승인을 받는 구조를 쭉 유지해왔다.

통신요금 인가제는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가 보편화된 2005년 규제개혁위원회의 타당성문제제기를 시작으로 거의 해마다 폐지와 존치 논의를 반복하며 살아남았다.

인가제가 필요하다는 쪽은 통신요금 상승 등 시장제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지배적 사업자가 일시적으로 물량공세를 퍼부어 점유율을 높인 다음 요금을 올리는 상황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주로 후발 사업자들이 이 진영에 속한다.

폐지론자들은 한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을 자유롭게 높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가제 폐지가 자율 경쟁을 촉진해 결국 통신비 인하 효과라는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동통신) 등 규제 대상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인가제 폐지돼야 경쟁 촉발”

인가제 폐지는 완전한 자율경쟁 체제로 전환을 의미한다.

폐지론을 주장하는 쪽은 현재 국내 통신시장 상황이 △절대적 우위의 독점 사업자가 나타나기 어렵고 △인가제를 운영하지 않는 국가에서 이로 인한 부작용(차별적 요금·요금 인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대부분 국가들이 통신 요금 규제를 없애고 있는 추세라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한다.

OECD 국가 중 유·무선을 통틀어 통신요금 인가제를 실시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OCED는 2000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에 요금인가제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미국은 통신 요금 위법성을 발견하는 경우 심리를 거쳐 요금을 적절한 수준으로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부여했다. 사전 규제(인가)가 아닌 사후 규제 형식이다. 영국은 2006년 가격상한제 폐지를 계기로 요금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이상규 중앙대 교수는 “국내 통신시장이 지배적 사업자가 약탈적 요금을 설정할 수 있는 상황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 경쟁상황은 지배적 사업자와 (실제)지배력 간 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폐지 의견을 밝혔다. 50% 이상 점유율이 시장 지배력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기관 중에서도 공정위는 인가제 대신 사후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단통법 등 통신시장 사전규제가 새로 생기는 시점에서 인가제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가제와 요금 인하 상관관계 없어”

인가제 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국내 통신 시장이 건강한 자율경쟁 체제로 가기에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정부의 강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위주 경쟁이 만연한 상황에서 요금 규제마저 풀어버리면 이용자 차별이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박추환 영남대 교수는 “10년 이상 5:3:2로 고착화된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아직 품질, 서비스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시장구조가 유연해지기 전까지 당분간 인가제를 유지하며 경쟁 촉발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 제도 하에서도 요금인하는 신고로 가능하다는 것도 인가제를 유지하자는 주장의 근거로 쓰인다.

인가제 대상인 SK텔레콤(이동통신)과 KT(유선)도 동일한 요금제 내에서 과금 수준을 낮추는 것은 신고사항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요금 인하는 신고사항인만큼 통신사업자가 요금을 낮추려면 얼마든지 내릴 수 있는 구조”라며 “인가제가 폐지되어야 요금 인하가 될 것이란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지배적 사업자의 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맞다”며 “단통법이 시행되는만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이를 개선해야 소비자 후생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