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대표 조환익)이 발전용 유연탄 트레이딩 회사 설립을 독자적으로 추진한다. 자원개발 사업 방향을 사업부 부담이 큰 개발에서 소규모 자본을 이용한 전문 트레이딩으로 방향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한전은 독일 에너지 전문기업 RWE와 자원거래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하자 이를 축소해 재추진하는 것이다.
한전은 최근 트레이딩 회사 설립과 관련해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5사에 지분 참여 공문을 보냈다. 한전이 운영하고 발전5사가 투자하는 형태다. 참여의사를 밝힌 회사는 남동발전과 서부발전, 동서발전 등 3곳이다.
한전은 우선 이들 3개 회사 물량을 대는 것으로 사업 기반을 닦는다는 구상이다. 안정적인 트레이딩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수요처인 발전5사를 끌어들인 것이다. 현재 발전5사가 공동구매 중인 물량만 가져와도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랐다. 실제로 발전5사는 올해 유연탄 1135만톤을 공동구매할 예정이며, 2016년까지 전체 도입물량의 4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발전회사 유연탄 공동구매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사실 한전이 유연탄 트레이딩 회사 설립을 추진한 것은 2018년부터 생산이 시작되는 호주 바이롱 유연탄 광산때문이다. 바이롱 광산은 한전이 지난 2010년 세계 3위 유연탄 수출기업인 호주 앵글로 아메리칸으로부터 지분 100%를 3억4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연간 생산량이 510~530만톤에 달한다. 광산개발을 위해 경영권 방어 지분 51%를 제외한 지분을 공개해도 300만톤 가까이는 한전 몫인 셈이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고열량 유연탄도 거래 대상이다. 한전은 러시아 보스토치니에 유연탄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전용 신항만을 건설하는 사업에 서부발전을 대신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사업은 서부발전이 2년 전부터 현지 업체인 로스엔지니어링과 추진했으나 최근 공기업 경영정상화로 해외 투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한전이 나선 것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열량이 6000㎉에 달하는 고품질 유연탄을 연간 2000만톤가량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국내 발전용 유연탄 연간 수입량이 8000만톤인 점을 감안하면 25% 수준이다. 발전5사가 공동구매하는 물량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다. 이번 주 내로 해당 사업 최종 보고를 거친 후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남았다. 한전이 유연탄 트레이딩과 관련한 전문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선도거래 같은 파생상품 등 금융기법도 배워야 한다. 해외 전문 트레이딩 업체와 손을 잡으려 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회사 설립 후 5년 정도 실무를 배운다는 게 한전 측 계획이었다. 이에 참여의사를 밝힌 남동발전과 서부발전, 동서발전의 연료구매 전문인력이 일부 신생회사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관계자는 “트레이딩 회사 설립에 발전회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며 “회사 설립이 어려울 경우 경영권만 남기고 광산 지분을 팔아 해당 물량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