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기관의 초동대처가 얼마나 중요하고 기관 간 초기 상황 파악과 공유, 컨트롤타워 역할 가운데 재난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초기 상황 판단 착오로 화재가 발생한 객차보다 반대편에서 2~3분 사이에 역에 도착한 객차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피해가 커졌다.
세월호도 선사에서 승객이 탈출할 수 있도록 안내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구조기관도 승객 탈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내부진입과 구조시점을 놓쳐 희생이 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을 조기에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재난망 구축 사업이 여러 부처가 관련된 사업이므로 부처협업 과제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우선, 안전행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시하는 차세대 기술방식에 따라 재난망 구축 사업을 추진, 2017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차세대 기술방식의 재난망에 대한 기술검증을 오는 7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안전행정부가 추진한 재난망 구축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에 따르면 와이브로(WiBro)와 테트라(TETRA) 모두 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이 직접 재난망의 조속한 구축을 천명한 만큼 차제에는 재난망 구축이 과거처럼 지지부진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재난망이 추진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던 원인은 독점기술을 가진 외국업체에 재난망이 종속돼 국가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문제와 재난기관마다 통신방식에 대한 요구사항을 간과하고 1300여개의 재난기관 전부를 단일 기술방식으로 통합하는 데 따른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재난망 구축은 기존 프레임을 과감하게 바꿔서 추진돼야 하고,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체가 앞장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 즐비하고, 유무선 통신 인프라가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는 우리나라가 재난망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외국 기업에 정부가 끌려다니는 모양새를 국내 ICT 업계가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초고속 유무선 인프라를 넘어 차세대 네트워크로 진화를 거듭하는 시점에서 지난 10년 이상 묵은 기술(테트라, 와이브로)로 자가망을 구축하겠다는 사고방식에 갇혀 새로운 기술방식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는 상황은 개탄스럽다.
미국, 영국 등 해외는 차세대 광대역 재난망으로 LTE 상용망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재난망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LTE 등 무선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안정적 유선망 인프라·백업 등에 활용되는 위성망 등 기반 인프라가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상용망 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재난망과 같은 국가적 사업은 국내 업체 간 경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협업(컨소시엄)을 통해 추진돼야 한다. 국내 통신사의 기존 상용망 인프라가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통신장비 제조사의 기술력이 집결될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국가 재난안전시스템 구축 사례를 세계적 모범 사례로 만들어 연간 200억달러 이상인 글로벌 재난망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국내 ICT 업계의 과제다. 그러한 미래 모습을 기대한다.
배성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 정보분석실장ultratyphoon@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