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업계, `10원 전쟁`으로 `패닉`…치킨게임 우려 현실화

중국산 저가 칩 공습으로 수익 '뚝'

발광다이오드(LED) 업계가 이른바 ‘10원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산 저가 LED 칩 공습으로 LED 패키지 가격이 개당 100원 이하로 가격이 곤두박질친 데다 지난해 말부터는 3분기 연속 10원씩 떨어졌다. 가격 폭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국내외 LED 칩·패키지·조명 업체들은 잇따라 사업 구조조정 수순을 밟고 있다. 올해 LED 업계에 대규모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것도 이런 움직임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치킨 게임’ 전주곡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지금까지 조명용 LED 패키지 가격이 개당 분기마다 10원씩 큰 폭으로 떨어졌다. 조명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180㏐/W급 미들파워 5630(5.6×3㎜ 크기) LED 패키지 마저도 지난해 4분기 80원대에서 올해 1분기 70원대, 최근 50~60원대로 각각 추락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150원 이상을 유지했다.

LED 칩 가격 폭락 수준은 더 심각하다. 4020(4×2㎜ 크기) 칩은 일진LED 등 대다수 업체 제품이 평균 30원대에서 최근 20원대로 낮아졌다. 지난 2012년에는 50원대 수준으로 공급됐다.

가격 폭락의 주범은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다. 이들은 정부 주도로 대규모 양산에 나서면서 LED 칩·패키지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최대 LED 칩·패키징 업체인 사난(Sanan)의 LED 칩은 올해 10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사난 2310(23×1㎜) LED 칩은 지난해 7원에서 최근 6원으로 하락했다.

근래 LED 업계는 “고가의 유기금속화학증착(MOCVD) 장비를 운영하며 LED 칩을 직접 생산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LED 사업성이 악화되는 데다 조명 시장 개화 시점도 불투명해지자 최근 관련 업체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사업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다. NEC·파나소닉 등 일본 LED 조명업체들도 사업 정리에 나섰다. 이들은 국내 조명업체들을 대상으로 인수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LED 업체들도 비슷한 처지여서, 사업 재정비에 나서거나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금호전기는 지난해 계열사 더리즈와 함께 LED 에피·칩 생산설비 일체를 일진LED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겼다. 이 회사는 신규 사업으로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일본 LED사업을 정리했던 삼성전자도 최근 관련 사업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최근 중국 사난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 이르면 하반기부터 합작회사를 통해 사난의 저출력 LED 칩을 공급받게 된다.

업계 전문가는 이와 관련, “국내 업체들은 범용 LED 칩 생산에 주력하기보다 특수 LED 조명이나 플립칩 등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로 전환해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해야 한다”면서 “‘치킨게임’을 앞두고는 기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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