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비스도 과학이다

서비스산업계는 경제 체질을 선진국처럼 서비스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각종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요구했다. 그릇된 지적은 아니다. 사회가 고도화하면서 서비스산업 비중이 커진다. 걸핏하면 서비스산업 육성을 외치면서도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정부 정책을 확 바꿔야 한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서비스산업계 스스로 부족한 혁신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9일 발표한 보고서에 그 단면이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의 서비스산업 연구개발(R&D) 현황을 비교하니 우리나라 기업 R&D 지출에서 서비스 부문 비중은 8.9%로 꼴찌다. 싱가포르, 미국, 영국과 같은 서비스 강국과 비교하기에 초라할 정도다. 그만큼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이 높다는 방증이지만 독일과 일본과 비교해 떨어지는 서비스 R&D 비중을 보면 업계 혁신 노력 자체가 부족한 것이 확인된다. 심지어 제조업 경쟁력과 밀접하다는 전문·과학·경영지원 서비스기업의 R&D 비중도 낮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친절, 이벤트와 같이 몸으로 때우는 것이 곧 서비스라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서비스기업에 R&D가 왜 필요하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다.

서비스강국들의 접근방식은 다르다. 서비스를 철저히 과학적으로 연구한다. 인문학. 사회과학, 경영학은 기본이며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고객이 더 편하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동선과 매장 설계부터 철저히 연구하고 실험한다.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고객뿐만 아니라 종사자 만족도 제고 방안까지 연구한다. 최근엔 실험 결과 피드백이 빠른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한다.

서비스산업을 키우려면 기업부터 과학적 검증과 실험을 통해 고객만족도는 물론이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당국에 요구할 업계 지원 방안도 더욱 구체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제조산업은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활발한 R&D 덕분에 급성장했다. 서비스산업이라고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