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송시장이 주문형 비디오(VoD)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VoD에 대한 명확한 법률 개념 규정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에센셜리서치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 2012년 디지털TV로 전환한 이후 온라인 기능을 갖춘 TV로 대량 교체가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영국 전체 시청자의 60% 이상이 VoD 경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영국 IT전문지 컴퓨터 위클리의 올해 1월 조사에 의하면 영국 TV 시청자들의 약 40%는 TV프로그램 편성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보고싶은 프로그램만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VoD시장의 성장은 발빠른 제도적 대응 덕분이라는 평가다. 영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률상으로 서비스 범위를 규정,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 판매환경을 갖췄다. 이에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물론 IT제조사들도 경쟁적으로 영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컨설팅기업 디시퍼에 따르면 영국 VoD시장은 현재 유료TV 사업자인 ‘스카이’가 주도하고 있으며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프로그램 수가 50% 이상 증가할 만큼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4분기 스카이 프로그램 수는 3181개로 2위 사업자 BT TV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영국은 VoD에 대해 규정한 유럽의회의 2007년 시청각매체 서비스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2003년 통신법을 수정해 자국법에 반영했다.
이에 따르면 VoD의 주목적이 TV 프로그램 서비스에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프로그램 형식 및 내용과 유사해야 한다. 또 공공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여야 하며 편집의 의무가 부여된다. 이를 책임질 회사나 개인이 존재해야 하며 이들이 영국의 사법권 하에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디지털 방송 매체가 VoD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 방송 관련법은 물론 통신 관련법에도 VoD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은 없다. 이에 현행 방송법과 통신법의 이원적 체계이기 때문에 VoD 서비스는 각기 다른 진입 절차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컴퓨터위클리는 “VoD의 범위가 ‘TV 콘텐츠’로 명시돼 있어 VoD가 TV와 경쟁서비스로 정의돼 불법 콘텐츠 유통의 난립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디시퍼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 영국 소비자들이 불법과 합법을 포함해 온라인으로 소비한 전체 방송 콘텐츠 중 한국의 일부 드라마 시리즈들이 영국 내 다운로드 순위 100위권에 포진해 적지 않은 수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