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통신사 가입자 정보 전달 절차 깐깐해진다

이르면 내년 통신사가 수사기관에 가입자 인적사항을 건네주는 시스템이 표준·명문화된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필요할 때 표준 양식으로 통신사에 가입자 정보를 요구하고, 통신사는 전담기구의 심사를 거쳐 자료 제공 여부를 결정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신자료 제공 요청·심사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만들기로 하고 세부안 마련에 돌입했다.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제출하는 자료제공요청서가 표준화되고 통신사는 사내에 수사기관 요청의 정당성을 심사하는 전담 조직을 두는 것이 골자다. 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 범위도 명문화한다.

수사기관은 자료제공요청서에 수사대상과 목적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가이드라인에 부족할 때 자료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정보·수사기관이 가입자 인적사항을 요구하면 사업자가 “이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자료제공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통신사업자에 재량권을 준 셈이지만 이의 세부 규정이 없어 사실상 거의 모든 사례에 수사기관 요청을 들어주는 것이 현실이었다.

미래부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요청한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해지 일자, 전화번호 등 정보는 2012년 82만800건에서 지난해 94만4927건으로 15.1% 증가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제정은 자료제공 조건과 상황을 구체화해 수사기관 남용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사업자와 수사기관 등 의견을 청취해 연말까지 안을 확정하고 내년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신자료 제공 절차가 까다로워지지만 가입자 정보보호를 위해 통신사 심사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시민단체 등은 통신사가 수사기관 영장 없이 자료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수사기관 요구를 거부하기가 어려워 대부분 받아주는 것이 관행”이라며 “통신사 자체 심사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지침을 명문화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