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개막일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방송업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월드컵을 향한 기대감이 아니다. 콘텐츠 재전송료를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의 날선 공방이 치열하다.
지상파는 지난달 유료방송사업자에 월드컵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가로 추가 재송신료를 요구했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업계는 이미 가입자당 재전송료(CPS) 280원을 지상파에 지불했다며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Black Out:송출중단)’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양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월드컵 블랙아웃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정부부처는 소극적 자세로 팔짱만 끼고 있다. 재전송료는 사업자 간 해결할 문제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난 9일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주장을 각각 청취한 자리에서 “월드컵과 관련해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는 원칙적 당부 이외에 별도 중재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가 매년 충돌하는 CPS 산출 기준도 시장에 개입해 조정하기 어렵다는 소극적인 자세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양 업계가 보안을 이유로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CPS 체계 확인과 법적 해석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이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33% 성장 규제, 홈쇼핑PP-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계약 등 방송사업자 간 거래에 관여하는 정부가 오직 CPS만 사업자 간 계약 문제로 치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재송신료 분쟁을 수수방관한 정부는 지금이라도 엄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방송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의 마지막 보루는 정부다. 우리 방송시장에서도 월드컵의 모토인 ‘페어플레이’ 정신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가 이젠 휘슬을 불 때다.
정보방송과학부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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