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면 더 빨리 늙는다는 속설이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됐다.
조경현 영남대 생명공학부 교수(BK21플러스 혈청바이오메디칼 사업팀장) 연구팀은 최근 젊은 흡연자들의 고밀도지단백질(HDL) 변형이 70대 노인들의 혈청에서 일어나는 양상과 유사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같은 HDL 변형이 피부세포의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독성학 분야 상위 9%에 드는 국제학술지인 ‘독성과학저널(Toxicological Sciences)’ 5월호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또 연구과정에서 개발된 흡연자 진단 및 흡연 정도의 판별을 위한 ‘지단백질을 이용한 흡연 판별 방법’은 특허 출원됐다.
조 교수팀은 흡연과 피부노화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20대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혈청 단백질을 비교 분석했다. 하루 평균 10개비 이하, 3년 이상 담배를 피워온 24세 흡연자 20명과 같은 나이의 비흡연자 2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그 결과 흡연자의 모든 지단백질에서 비흡연자에 비해 현저하게 많은 산화 및 당화가 생겼다.
특히 흡연자들이 2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혈청 단백질에서는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 HDL의 크기가 감소했고, HDL 내 콜레스테롤 크기도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HDL을 구성하는 주요단백질(apoA-I 단백질)이 부서지고 변형된 것을 확인했다. 이런 변형은 70대 노인의 혈청에서 주로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흡연자 혈청 내 HDL의 변형이 사람의 피부세포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흡연자의 지단백질에서 발생한 산화 및 당화 농도와 동일한 농도로 피부 섬유세포를 처리했다. 그 결과 흡연자의 HDL이 피부세포의 노화를 더욱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동맥경화와 당뇨 등 혈관 대사질환의 유발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경현 교수는 “하루 10개비씩 3년 정도의 흡연만으로도 70대 노인과 유사한 혈청 단백질의 변형이 일어남을 보여준 결과”라며 “적은 양의 흡연만으로도 피부노화가 촉진되고 당뇨, 치매, 심근경색 등 혈관대사질환 발병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문의 제1저자는 영남대 생명공학부 1기 입학생이자 현재 석·박사통합과정에 재학 중인 박기훈 연구원이다. 그는 학부 4학년이던 2008년 12월, SCI 국제학술지에 주저자로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