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TV시장에 ‘월드컵 특수’가 한창이다. 세월호 사건 등으로 내수 경기와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가전 시장과 대조적이다.
11일 브라질 전자제품협회는 올해 가전제품 중 유일하게 판매량이 증가한 품목은 TV로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전제품 유통업체 파오드어큐카는 올해 상반기 스마트 TV 판매량의 경우 전년 대비 150% 늘었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월드컵 특수로 TV매출이 늘었으며 여유있는 소비자들은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보다 TV를 먼저 사는 것으로 분석했다.
브라질의 올해 TV 판매량은 16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4인 가구 기준으로 5가구 중 2가구가 올해 새 TV를 구매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1400만대보다 약 10%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형 스크린 TV와 새로운 기술, 무선 통신기능을 적용한 HD 및 울트라 스마트 TV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올 1분기 브라질 LCD TV 출하량도 전년 동기대비 51% 증가했다. 플라즈마 TV 출하량은 200% 이상 올라갔다. 올해 1분기 TV의 총 출하량은 330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 210만대보다 현격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V를 제외한 브라질의 나머지 가전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브라질 자동차 업계가 판매량 부진으로 생산량을 감축한지 두 달이 채 안돼 가전업계도 생산량 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브라질 대다수 가전제품 공장은 가동 일시중단을 발표했다. 일렉트로룩스사는 지난 3일부터 상파울루, 마나우스주에 위치한 공장 생산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4600명에서 8600명 가량 근로자에게 10~30일간의 강제 휴가를 줬다. 월풀도 4개 공장의 관리직 근로자에게 이달 12일부터 25일까지 강제 휴가를 부여했다. 이번 생산 감축으로 영향받는 가전 및 자동차 업계 근로자는 약 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업체는 과다한 재고와 판매 부진으로 최악의 경우 근로자 감축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피하기 위해 공장 휴업, 임시근로직 계약 중지, 할인 행사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브라질 전자제품협회는 “월드컵을 계기로 생산을 감축하는 회원 업체가 58% 가량된다”고 전했다. 브라질 가전업계는 계속되는 부진으로 지난 5월 지우마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동법, 세금 감면 등을 요청한 바 있다.
한편 세계 TV시장 규모가 3년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국내 영상가전 시장도 여파를 받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판매된 TV수량은 전년 대비 10% 가량 늘었다. 6월 들어서도 11일 현재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월드컵 당시 TV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 급등한 것과 비교해선, 상대적으로 특수 열기가 덜한 편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내수 경기가 부진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월드컵 경기활성화 효과가 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