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9년 전쟁 종지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밀양송전탑 건설 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공사를 강행하려던 한전과 이를 저지하는 지역주민 간의 전쟁이 9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한국전력은 11일 밀양시 공무원과 경찰 등 200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해 밀양시 부북면 129호 철탑 등 5개소에 있는 움막을 철거하는 행정 대집행을 마치고 공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 공사재개 이후 8개월 만에 69개 지역에서 공사가 진행 중으로 마무리 단계다. 한전은 현재 밀양지역 69개 송전탑 중 47개 조립을 완료했으며, 이날 착수한 5개소 포함 총 22개소에서 철탑 공사 중이다.

◇한전과 주민, 극적 합의 이뤄질까

한전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공사에 착수한 송전탑 5개 중 3개가 들어서 있는 평밭마을 주민들과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부북면 평밭마을은 밀양 송전탑이 지나는 마을 중에서도 가장 반대가 심해 송전탑 반대의 상징적인 마을로 통했다. 이 외에도 마을 논 한가운데에 철탑이 들어서 반대가 극심했던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도 100%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한전은 이번 합의로 밀양 송전탑 경과지 30개 마을 중 93%인 28개 마을과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은 2개 마을과 합의가 최종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철거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부상을 당하는 등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걸림돌이다. 한전 관계자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주민과의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송전탑 지역주민 지원금은 얼마

송전탑 건설에 합의한 지역주민이 받게 될 지원금은 세대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 4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선 송전탑 경과지역 주민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마을 단위별로 지원하는 지역특수보상사업비는 200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밀양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협의회가 지난해 지역특수보상사업비 185억원에 합의했지만 다시 조정 중이다.

마을별 지원금은 70억원 수준으로 5개 면에 10억원씩 나누고 나머지 20억원은 마을 세대수를 고려해 차등 배분될 예정이다. 해당 금액의 40%까지는 세대별로 균등 배분할 수 있게 했다. 밀양 송전탑 분쟁으로 인해 태어난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송주법)’에 의한 보상도 있다.

밀양시는 송전탑이 유지되는 동안 매년 24억원을 지원받는다. 선로 주변 토지 가치하락 보상 입법 추진으로 보상 범위가 기존 선로 아래 34m에서 94m로 확대됐다. 그만큼 보상받는 세대수가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송전탑이 지나는 마을 총 세대수는 2206세대로 늘었다. 가장 바깥쪽 선로 양쪽 180m 이내에 있는 집은 한전이 매입까지 고려 중이다.

◇불씨는 남아

밀양 송전탑 건설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회적 합의문제와 지역사회 내부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이날 광화문에서는 밀양송전탑 건설 전국대책위원회에서 철거 반대집회를 열었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의원 66명은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종교계에서도 강제 철거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등 사회적인 합의도 과제다. 일단 합의했지만 지역주민 내부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는 평가다. 송주법 시행에 따라 보상범위가 확대되고 마을별 지원금의 40%를 세대별로 나눠줄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당초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던 가구에도 보상금을 현금 지급하면서 건설에 합의하도록 종용했다는 게 반대주민 측 주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미합의 마을은 상동면 고답마을과 모정마을 2곳”라며 “한전은 밀양지역 모든 철탑 공사현장이 순조로운 공사 마무리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주민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밀양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