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 여정에 일대 전환점이 있듯이 국가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국가 재난시스템의 총체적 재설계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담대한 걸음을 디뎌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선박재난 시스템의 바람직한 개조방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첨단 지능형 선박 IoT(만물인터넷) 탑재, 세계에서 가장 안심되고 안전한 선박 재난 시스템 운용, 지속 가능한 선박 재난산업 생태계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앞으로 진정한 선진국형 선박재난 시스템 구축 및 가동을 위한 전략적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 본다.
먼저 해상 교통망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최첨단 선박 IoT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만물인터넷 시대의 해상교통망은 승객과 승무원, 선박 그리고 탑재장비, 선박의 정확한 운행상황 인식, 선박관제 운용시스템 등을 하나의 그물망 체계로 정교하게 초연결한다. 이와 함께 이들 요소 간에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포착 및 제어함으로써 해상 교통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연안 선박을 움직이는 기지국(moving station)이자 지능형 거대단말(connected ship)로 보는 첨단 모바일 선박통신 시스템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의 기본조건은 선원, 해상교통관제센터(VTS), 해경 그리고 승객 간에 언제든지 의사소통이 가능한 신속대응체계(ship alert)의 확보다. 특히 승객에게는 탑승과 동시에 웨어러블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함으로써 재난 시에는 퍼스널 기지국과 단말 역할을 겸하도록 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선박 내 격실 공간에는 슈퍼 와이파이 설비를 구축하고, 모든 구명의와 구명정에는 GPS와 LTE 통신칩을 탑재함으로써 승객은 자신의 구명동의를 직접 점검하고 비상 탈출경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선박 IoT는 위급한 재난에 직면했을 때에는 긴급구난자동 시스템(u-ship call) 체제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선박에 탑재된 사고자동 감지 장비로 이상 발생 즉시 관련 정보를 컨트롤타워로 전송하게 된다.
컨트롤타워에서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원격제어로 비상상황 인식, 주변 해역 선박 동시 통보, 승객 대피유도, 구명보트 탑승 등과 같은 일련의 프로세스를 민첩하게 수행한다. 이러한 스마트 선박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안정된 운행이 이루어지면, 국민의 안전 항행을 위한 해상교통 체계 확보와 동시에 글로벌 표준모델로서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선박재난 시스템이 운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선박건조, 해난 대응장비 그리고 운용 및 관리 서비스 등이 선순환되는 재난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또 인명 구조로봇, 선박 평형수의 최적관리, 고정밀 측위 등과 연동한 빅데이터 체계 등의 연구개발도 절실하다.
앞으로 사회시스템의 대규모화와 기후변화 등 요인에 따라 그만큼 대형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증대되는 상황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준엄한 사명은 대한민국을 ‘진정한 세이프 코리아’로 탈바꿈시켜 다시는 참담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반듯한 국가 정립에 동참하는 일이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창의미래연구소 책임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