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변화에 따라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일산에서 용오름 현상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전국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와 우박, 돌풍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대기 불안정이 13일까지 지속되며 당분간 돌풍과 소나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용오름 현상이 나타난 고양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강한 소나기가 내리는 원인이 대기 불안정 때문이라고 11일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7시경 경기도 일산 고양시 장월나들목 인근 한강둔치에서 용오름 현상이 발생했다. 용오름으로 인해 주변 비닐하우스 20여채가 파손됐고 날아온 파이프에 사람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앞서 10일 오후 서울 은평구와 강원도 횡성과 평창, 충북 음성 등지에 지름 1∼3㎝의 우박이 떨어졌다. 11일에는 전국 곳곳에 강한 바람을 동반한 소나기가 내렸다.
기상청은 기상 이변의 원인이 대기 불안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상층(약 5.5㎞)에 -15℃ 내외에 달하는 찬 공기가 위치한 가운데 대기 하층으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대기 상·하층 간의 기온차로 불안정이 매우 강화됐다. 특히 지난 10일 일산에서 용오름이 발생했을 당시 대기가 매우 불안했고, 대기 하층(고도 0~3㎞)의 연직 풍속차가 5~8m/s 정도로 우박과 뇌전을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 발달할 조건을 갖췄다.
우리나라 상층의 찬 공기가 매우 느린 속도로 남동진하면서 13일까지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12일까지 상층 찬 공기의 중심이 우리나라를 통과하면서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져서 강한 소나기가 오는 곳이 많겠다”며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고,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으니 농작물 관리와 시설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일산에서 발생한 용오름은 국내 관측 사상 8번째다. 1985년 울릉도에서 처음 관측된 이후 울릉도에서 6차례, 제주 서귀포에서 1차례 발생했다. 용오름은 지표면 가까이에서 부는 바람과 비교적 높은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서로 방향이 달라 발생하는 기류현상으로, 지름이 적게는 수m에서 크게는 수백m에 이르는 강력한 저기압성 소용돌이다. 용오름의 풍속은 100m/s 이상인 경우도 있으며 상승기류의 속도는 40~90m/s 정도다.
기상청은 일산 용오름이 피해유형과 당시 주변 지역 방재기상관측장비 풍속(13m/s 내외)으로 볼 때, 미국에서 사용하는 토네이도 등급인 후지타 등급 기준으로 ‘풍속이 초속 29~38m이며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간판이 피해를 입는 단계’인 EF0 이하 강도를 가진 현상으로 잠정 추정된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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