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11일 향후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적용할 새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중기적합업종제도 운영 과정에서 표출된 여러 불만과 지적을 수렴하고 제도 안착을 위해 더욱 선진적인 방안을 찾는 시도다.
오랜 진통 끝에 안을 마련했지만 대기업계와 중소기업계 양측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 대기업계는 중기적합업종제도 자체를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시장자율에 맡기면 될 것을 정부가 불필요한 제도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혁파해야할 규제로 못박았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중기적합업종 선정에서도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고 반발한다. 중기의 실제적인 피해상황을 가리기 위해 대기업들이 거짓 주장과 왜곡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킨다는 주장이다.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에 자신들이 주장한 핵심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도 대기업계의 방해 때문으로 본다.
중소기업계는 그동안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품목을 해제하기 위해 대기업이 입증책임을 져야한다고 요구해왔다. 즉 해제해도 될 만큼 건전한 생태계가 이뤄졌는지, 중기에 피해가 없는지를 객관적 근거를 대라는 요구다. 또 적합업종 선정 과정 중 핵심 절차인 대·중소기업 간 합의 조정기간을 6개월이 아닌 60일로 줄여달라는 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대기업의 시간 끌기를 차단해달라는 취지였으나 관문을 넘지 못했다.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향후 선정 과정에서 이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동반위가 핵심 쟁점사안을 업종별 조정협의체로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쯤에서 다시한번 되짚어 봐야한다. 당초 중기적합업종 제도를 도입하고,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던 정책 목표가 과연 무엇이었는가. 현 시점에서 그 목표가 달성됐는가. 중기적합업종 선정은 혁파해야할 규제 이전에 우리 경제의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결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다. 대기업은 조기해제 길이 열리는 등 제도가 완화한만큼 더 능동적인 접근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