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전자정부는 행정한류의 중심이다

[전문가기고]전자정부는 행정한류의 중심이다

국가개조론, 관피아 등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럴 때일수록 과연 우리 정부가 상대적으로 형편없는 수준인지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이 세계가 부러워하고 UN에서 공인한 전자정부 1위 국가라는 사실은 큰 위안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다. 급기야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지난 2013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한국의 행정한류, 즉 전자정부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해달라는 청을 넣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자정부법(2001. 3. 28, 법률 제6439호)에는 법 제정 취지를 ‘행정업무의 전자적 처리를 위한 기본원칙 등을 규정함으로써 전자정부의 구현을 위한 사업을 촉진시키고, 행정기관의 생산성·투명성 및 민주성을 높여 지식정보화 시대의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제정한 법’이라고 명시했다.

이처럼 전자정부는 일찌감치 정부의 운영철학과 방침을 제대로 정해 놓았다. 전자정부는 ICT를 통해 정부운영에서 발생하는 낭비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동시에 전자정부는 부처 간 장벽을 넘어선 통합시스템의 구축과 협업을 통해 정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토대로 한 21세기 신(新)행정 모델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추진해오던 정부3.0은 바로 차세대 전자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3.0은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이라는 네 가지 정부혁신 방향을 제시한 박근혜정부의 정부운영 철학이자 운영기조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문제는 머리만 있고 몸통과 수족인 전자정부를 잘라 버렸다는 데 있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전자정부의 방향을 모호하게 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예를 들어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전자정부 기능을 사업관리 수준으로 낮췄다. 머리와 몸통을 분리하는 바람에 전자정부 수출은 고사하고 그동안 쌓아놓은 전자정부 위상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전자정부 세계 1위 달성은 정부주도 발전 모델이었기에 가능했다. 동시에 온갖 역경과 규제 장벽 속에서도 묵묵히 정부 방침을 따르며 해외시장을 개척해 온 용기 있는 벤처·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존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방과 공유를 바탕으로 한 참여와 소통을 기본정신으로 삼았던 전자정부는 시대가 바뀌어도 지속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3.0은 전자정부가 지향해야 할 고도의 정부혁신 전략임에 틀림없다. 분명한 것은 정부3.0과 전자정부는 떼어 놓을 수 없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의 관계라는 점이다. 창조적이고 공격적 정부혁신은 안정적이고 빈틈없는 시스템이 뒷받침됐을 때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우리가 경험한 전자정부 노하우를 더 원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3.0이 이들에게는 아직 먼 나라의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내실을 다지고 또 다른 도약을 위해 미래지향적 논쟁과 토론을 바탕으로 행정한류를 준비해야 한다. 전자정부의 제2 도약을 행정한류로 승화시킬 때가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명승환 한국전자정부수출진흥협회장(인하대 행정학과 교수)shmyeong@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