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모바일TV서 `블랙아웃`···출근길에 월드컵 한국경기 못 보나

KBS, 모바일TV서 `블랙아웃`···출근길에 월드컵 한국경기 못 보나

‘월드컵 블랙아웃(Black Out:송출중단)’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방송공사(KBS)가 최근 IPTV 3사 모바일TV에서 국가대표팀 축구경기 중계방송을 중단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상파 방송이 유료방송 사업자에 중계 중인 방송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질 월드컵 재전송료를 두고 유료방송 업계와 지상파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유료방송 업계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보편적 시청권과 지상파 콘텐츠 재전송 범위를 둘러싼 양 업계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12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IPTV 3사가 각각 자사 모바일TV에서 지난 10일 오전부터 제공한 KBS 국가대표 축구팀과 가나의 평가전 중계방송이 경기 도중 갑자기 중단되는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IPTV 3사는 갑작스러운 블랙아웃에 대응하지 못해 멈춘 화면을 그대로 내보내거나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방송이 중단됐다”는 짧은 안내문을 내보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KBS는 사전에 방송 중단을 통보하거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모바일TV에서) 일방적으로 방송을 끊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KBS 측은 “KBS는 가나 평가전의 모바일 방송권이 없었다”며 “모바일 플랫폼에 중계방송을 내보내면 저작권을 침해하게 되기 때문에 방송을 중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지적에서는 “콘텐츠를 받아 방영하는 사업자가 사전에 모바일 중계권이 있는지 확인했어야 하는 사항”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모바일TV 블랙아웃은 지난 2012년 케이블TV 업계가 지상파 재전송료 기준에 반발해 KBS2 채널 송출을 중단한 것과 달리 지상파가 먼저 사전 통보 없이 방송을 중단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됐다. 월드컵, 올림픽 등 국민적 관심이 쏠린 파워 콘텐츠를 재전송료 협상을 위해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블랙아웃으로 보편적 시청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한 지상파가 스스로 블랙아웃을 재송신료 협상을 위한 무기로 삼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월드컵 일정 중 모바일TV에서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일반 시청자가 우리 대표팀 경기를 시청하지 못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새벽·오전에 경기가 집중돼 출근길에 모바일TV로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직장인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 월드컵 조별 리그 경기는 브라질과 시차 탓에 한국시각으로 새벽 4~7시에 치러진다.

지상파는 최근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에 이어 모바일TV에 수십억원의 월드컵 재전송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업계는 이번 블랙아웃을 예로 들며 향후 협상 여부에 따라 모바일 플랫폼은 물론이고 유료방송 가입자가 보유한 TV 수상기에서도 충분히 블랙아웃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재송신료는 방송사업자 간 계약사항이지만 유료방송 가입자가 간접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이라며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시청자가 월드컵을 보기 위해 이중, 삼중으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선순환 방송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