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틀린 이야기다. 기준에 따라 점유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달 중순 발표하는 자동차산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현대·기아차 내수점유율은 82.6%에 달한다. 이는 국내 7개사(현대·기아차, 한국지엠, 쌍용, 르노삼성, 타타대우, 대우버스) 한 달 판매량을 총합해 낸 통계다. 수입차가 빠진 데다 버스, 트럭 등 상용차를 포함하다보니 현대·기아차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다.
그러나 수입차를 넣으면 계산이 좀 복잡해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소속된 14개 수입차 업체들은 상용차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빼야 공정해지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상용차 판매량과 타타대우, 대우버스를 제외하고 승용차와 레저용 차량(RV)만을 포함해 다시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내수점유율은 사뭇 달라진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4월 점유율은 66.3%, 5월 점유율은 65.7%까지 낮아진다. 수입차가 13%대를 점유하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이처럼 기준을 어떻게 잡는지에 따라 점유율이 15%포인트 이상 차이나기 때문에 혼동을 일으키기 쉽다.
두 통계 모두 의미가 있지만 수입차 돌풍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해 준다는 점에서 후자 방식이 유의미하다. 특히 70%를 넘는 점유율을 공고히 지켜온 현대·기아차가 60% 초반대까지 떨어지며 내수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기아차에도 유익한 통계라고 생각한다.
‘점유율 80%’에 취해 있을 때는 결코 보이지 않던 국내 소비자의 냉정한 ‘변심’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알려주는 지표는 없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수입차를 포함한 통계를 공식적으로 내는 곳이 없어 이를 내기 위해서는 일일이 계산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 알 권리와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좀더 정확한 통계를 내놓고 공개할 수는 없는 것일까.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