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상에서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유럽사법재판소가 인정한 ‘잊혀질 권리’는 구글에 이어 다른 검색 사이트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국 IT 매체 V3 등 외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검색 사이트 ‘빙(Bing)’에서 사용자가 원치 않는 본인의 정보를 삭제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홈페이지에 “유럽연합(EU) 거주자들이 그들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사적인 내용이 검색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있으며 향후 추가적인 진전 상황을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가 준비하고 있는 조치는 구글이 앞서 삭제를 원하는 데이터 신청을 받은 것과 같은 형태가 될 전망이다. 신청을 받으면 검색엔진 업체가 검토를 통해 검색 결과를 삭제하는 것이다. 신청은 유럽연합 국민만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잊혀질 권리에 동참하며 야후 등 입장을 밝히지 않은 다른 검색 사이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검색기능이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은 페이스북 등 검색엔진이 아닌 사이트에서 잊혀질 권리를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다.
업계는 향후 유럽에서 미국 등 다른 국가로 잊혀질 권리가 확산될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가별로 표현의 자유와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허용된 잊혀질 권리는 당사자가 사실이 아니거나 부적절한 원치 않는 정보를 검색엔진 업체에 요청해 검색 결과에서 삭제할 수 있는 권리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달 스페인 사용자가 구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고객 데이터를 삭제하라며 잊혀질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구글은 이달 유럽연합 지역을 대상으로 데이터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페이지를 열었다. 접수 첫 날에만 1만2000건의 신청이 몰린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삭제 요청이 받아들여 질 지와 삭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검색 정보가 검토를 거쳐 삭제된다 해도 유럽 도메인에서만 삭제되며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의 검색 기록에서는 링크를 볼 수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