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채권단 4800억 출자 전환 추진…성사땐 매각 작업 `탄력`

기업 개선 작업(워크아웃) 중인 팬택의 채권단이 총 4800억원 규모 출자전환(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바꿔주어 빚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팬택은 일단 청산보다는 회생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출자전환 대상인 이동통신사의 채권 처리 방법과 매각 추진 과정에 걸림돌이 많아 정상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팬택 채권단은 지난 주말 회계 실사결과 팬택의 기업가치(3824억원)가 청산가치(1895억원)보다 높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기업을 계속 유지하는 게 청산하는 것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이와 더불어 이동통신 3사에 판매장려금 등 채권 1800억원에 대해 출자전환을 요구했다. 삼성전자·LG전자 외에 3위 사업자인 팬택이 살아남아야 이통사에도 유리하다는 근거를 들어 설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팬택은 당분간 공중분해될 위기는 넘겼다. 다음달 7월 4일 워크아웃 지속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 때까지 출자전환을 하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채권단의 이번 결정으로 계속 워크아웃 상태에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주주로 전환한 채권단은 일단 팬택을 매각할 계획이지만 이 과정에서 팬택의 휴대폰 단말기 전략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폰 프리미엄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을 고려해 팬택의 휴대폰 단말기 판매 전략을 프리미엄 소량 모델에서 중저가 다모델, 또는 아예 VVIP용 프리미엄에 집중하는 것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통사의 채권 처리 문제를 어떻게 풀지도 관심사다. 지난 4월 이통사 영업정지 기간동안 LG유플러스와 팬택은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놓고 씨름을 하기도 했다. 출고가가 낮아지면 이통사가 제조사 물량을 받아오면서 지급했던 대금 중 일부를 제조사가 이통사에 돌려줘야 하는데, 이게 부채로 남기 때문이다. 2분기 영업정지 해제 이후 대대적인 출고가 인하에 돌입하면서 출고가 인하에 따른 단말 대금반환 채권 등을 포함해 이통사가 보유한 채권 1800억원을 출자전환 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을 지속하는데도 부담이 따른다.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인도 마이크로맥스, 일본 교세라 등이 팬택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다. 외국계 업체에 팔릴 경우 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 국내에서 팬택 인수 의향을 보이는 업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 3사가 균형을 이루면서 휴대폰 산업이 발전해왔기 때문에 팬택을 살려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면서도 “다년간 자구 노력과 워크아웃을 반복했음에도 마케팅비 경쟁이 시장을 좌우하는 여건상 시장 패러다임이 변하기 전에는 뚜렷한 답이 안 보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