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모터스가 보유한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하기로 했다. 경쟁사에 특허를 공유함으로써 우선 전기차 시장을 키우고 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일본업체가 내년부터 양산하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응한다는 목적도 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홈페이지에 ‘우리의 모든 특허를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글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엘론 머스크는 “공개할 보유 특허는 테슬라 전기차의 전기 구동장치와 동력 전달장치 등 핵심 기술로, 특허 공개가 전기차 시장을 키우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누구나 특허를 활용해 전기차 개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특허 공개 이유를 밝혔다.
테슬라 측은 “다른 전기차 업체가 특허 기술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소송을 걸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짝퉁’ 테슬라를 만들어도 상관없다”며 “기술 선도는 특허로 하는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술자를 영입하는데 달린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완성차 업계에서 보유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는 것은 테슬라가 처음이다. 미국에 짓고 있는 초고속 충전 및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기술도 공개 대상이다. 하지만 업계는 시장 확대 속도가 느린 친환경차 시장 특성에 따라 테슬라가 입을 타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전 세계 친환경차는 174만대로 전체 자동차 수요의 2.1%에 불과했다. 이 중 전기차는 10만대가량이다. 친환경차 규모가 800만대에 이르는 2020년에도 전기차는 수소연료전지차와 160만대 수요를 나눠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당장 시장규모를 키우기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전기차보다 충전시간은 짧고 주행거리는 길어 보다 장기적인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도 테슬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올해 현대차의 투싼 수소연료전치차, 내년에는 도요타와 혼다의 동종 차량이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에 각국 친환경차 보조금에서 전기차 비중을 확대하고 인프라 구축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테슬라의 남은 과제라고 외신은 평가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