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학 교육시간 축소로 과학기술·ICT강국 기반 붕괴 우려 높다"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서 과학교육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알려지자 과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속적인 과학교육 시간 축소와 비중 약화로 과학 교육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과학교육 약화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과학 소양 퇴보로 이어지고, 이는 과학적 사고가 중요해지는 미래사회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과학 경시 풍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과학 교육 붕괴 도미노 온다”…과학은 최소 단위만 편성

지난해 말 교과과정 부분 개편으로 과학 필수 이수단위(주당 시간)는 15단위에서 10단위로 줄었다. 필수 이수단위만 보면 국어, 영어, 수학, 사회도 모두 10단위다.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는 입시 비중이 높은 국어 영어 수학은 30단위까지 최대한 편성하고, 과학은 최소 단위만 편성하는데 있다. 국영수를 전체 교과과정의 50%인 90단위를 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최대치인 30단위까지 채우는 것이 현실이다.

정진수 한국과학창의재단 융합과학교육단장은 “과학 필수단위가 15단위일 때 많은 학교에서 16이나 18단위를 편성했다”면서 “10단위로 줄어든 제도가 정착하면 12단위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과학교육이 줄어드는 것은 수능에서의 과학 배점과도 연관이 깊다. 수능에서의 과학 배점 비중은 지난 2005년 20%에서 2012년에 16.7%로 축소됐고, 올해는 12.5%로 줄어든다.

◇교과과정 연구진 구성도 논란…대부분 교육학자·관료 중심으로 채워

문·이과 통합 교과과정안을 만드는 교육과정개정 연구위 구성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이 전부 교육전공자에, 이과 출신도 단 한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구위 내부에서 ‘학생들이 싫어하는 수학·과학 과목을 굳이 가르쳐야 하느냐’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한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최근 한림원 주최 토론회에서 “(교과과정 개정안을 만드는) 총론팀을 보면 거의 교육학자와 관료로 이루어졌다”면서 “국가적인 교육 개혁이면 문사철, 수학, 과학 전문가가 주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학자는 방법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학문 분야의 통합적 의견이 필요할 때는 각 분야 권위있는 학자가 꼭 참석해야 한다”면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선진국의 교육 개혁위원회 구성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 교육 비중 확대해야”…현정부 기조와도 안맞아

과학계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 양성’이라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방향에 대해서는 동감을 표했다. 하지만 세부안에서 과학 교육이 축소되면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박근혜정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마당에 그 토대가 되는 과학교육을 경시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미래 사회에서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산업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만큼 과학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등학교 교육의 1차 소비자가 이공계 대학이고, 최종 소비자는 과학기술 산업인 만큼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육과정 개정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석영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현 정부의 중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창조경제는 과학기술의 발달을 기반으로 이뤄질 수 있고, 과학 지식 기반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통합 교과과정에서 필수 과학교육 비중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