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보조금 하향 `뭉치고` 인가제 개선 `흩어지고'...정부 정책 고심

정부가 굵직한 통신정책 결정을 앞두고 ‘규제’와 ‘자율경쟁’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등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동종 업계에서도 같은 이슈를 두고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통신사들은 단통법 제정에서는 힘을 합치고 요금인가제 개선에서는 각자 목소리를 내는 등 ‘빅 이슈’에서 이합집산이 한창이다. 정부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혼란이 줄어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관련부처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달 중 확정하기로 한 단통법 고시 제정을 앞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현행 27만원인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을 재조정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통사, 제조사, 알뜰폰 등 다양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서로 상반된 입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현행보다 하향(규제강화)라는 통일된 입장을 낸 반면에 제조사는 처지에 따라 동결과 상향이라는 각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가 규제강화를 주장하는 까닭은 단통법으로 보조금이 고시되면 모든 소비자들에게 일관적으로 똑같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조금 상한선이 높을수록 마케팅 비용 부담이 더해진다. 보조금 상한선이 내려가면 제조사들이 판매촉진을 위해 출고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계산도 깔렸다.

통신사 관계자는 “보조금 기준이 높아지면 소모적인 경쟁에 마케팅 비용을 쓰는 현상이 계속된다”며 “정부가 보조금 위주 경쟁을 서비스 중심으로 바꾸려면 상한선을 눌러 출고가를 낮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제조사는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보조금 하향 주장은 제조사들에게 휴대폰 유통과 관련 비용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후발 제조사들이 재고 소진 등 판매 정책에 탄력성을 가질 수 있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이견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이달 말 고시 제정을 목표로 특정 기준을 정하지 않고 단말기 출고가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가가 아닌 출고가 대비 일정 비율의 금액까지 보조금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현행 출시 이후 20개월로 정해진 보조금 상한선 규제 대상도 기간을 축소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10년 동안 폐지와 유지를 번복한 통신요금인가제 개선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미래부는 지난주 인가제 개선과 관련해 △현행 인가제 유지(1안) △인가제 보완(2안) △인가제 폐지 및 신고제 보완(3안) △완전 신고제(4안) △인가제·신고제(5안) 모두 폐지라는 안을 제시했다.

통신업계는 인가제 보완(2안)과 인가제 폐지 및 신고제 보완(3안), 완전 신고제(4안)를 논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4안를 제외한 나머지는 정부가 규제 권한을 유지하는 정책이다.

SK텔레콤은 4안을 KT와 LG유플러스는 2, 3안을 지지한다. 미래부가 안을 공개한 이후 이통사간 의견이 더욱 명확하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미래부는 이달 중 요금규제 개선 로드맵을 확정할 방침이지만 통신사 대립이 첨예한데다 신임 장관까지 내정되며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기준 재조정, 인가제 개선은 통신 시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 동시에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해 왔던 안”이라며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세부 정책과 방향성을 신속하게 정해야 불필요한 논란과 시장 혼란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