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 브로드컴이 국내에서 모바일 모뎀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중저가 모바일 모뎀 시장에 퀄컴과 마벨의 양강 구도가 형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브로드컴코리아(지사장 전고영)는 모바일 베이스밴드 모뎀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본사 결정에 따라 현재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전고영 지사장은 “이르면 한두 달 내 청산 작업을 끝내고 향후 커넥티비티·셋톱박스용 통신칩에 주력할 것”이라며 “관련 인력의 거취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그동안 삼성전자 중저가 모바일 기기에 상당량의 모뎀을 공급해왔다. 퀄컴·마벨 등과 경쟁해왔다.
업계는 브로드컴의 빈 자리를 마벨과 퀄컴이 대신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실화한다면 모뎀 시장이 퀄컴·마벨 양강 체제로 재편된다. 대만 미디어텍, 인텔, 엔비디아 등 다른 통신 칩 전문 업체들의 진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모바일 시장에서 퀄컴이 독과점하고 있는 것처럼 중저가 시장도 마벨·퀄컴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며 “전체 모바일 모뎀 시장에 두 업체만 남는 셈”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수혜를 입는 것은 마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중저가 모바일 기기 대다수에 마벨의 모뎀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통합 시스템온칩(SoC)이 들어가는 만큼 향후 그 비중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수출용 중저가 태블릿PC는 마벨이 최대 공급사로 알려졌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퀄컴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는 삼성 스마트폰 대부분에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가 탑재돼 그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량 차이를 감안했을 때 퀄컴은 스마트폰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