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의 국내 적용을 위해선 사용자 합의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잊혀질 권리의 신중한 도입을 요구했다. ‘잊혀질 권리’는 사용자가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자신의 정보 삭제를 검색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난달 유럽사업재판소가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세계적 이슈로 부상했다.
정찬모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잊혀질 권리의 국내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사생활 침해 정보에 대한 삭제요청권 운용을 재검토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같은 다른 법과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 정보라고 해서 삭제해도 된다는 것은 인터넷 세상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성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단장은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을 국내에 적용하려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잊혀질 권리가 개인의 원치 않는 정보 삭제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며 “프라이버시 관련 여부, 오프라인 삭제된 기록인지, 정보제공 유효기간 등 세부 원칙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수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박사는 검색 결과에 대한 개인의 잊혀질 권리 보장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선 잊혀질 권리 전담 연구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백 박사는 “잊혀질 권리의 인정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과 이를 심사할 판단주체와 시스템을 마련하고 입법적 해결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잊혀질 권리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운영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인의 과거 기록을 세탁하는 것으로 오용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일반인의 기억할 권리, 기억될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36조와 37조가 잊혀질 권리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명확한 근거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