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리스크(위험) 관리’가 강조되고 있다. 기업 경영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를 최소 비용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이론의 한 분야로 시작됐다.
최근 대기업 협력사 사장으로부터 ‘B2C(소비자 대상 기업) 벤처와 대기업 하도급 벤처 가운데 누구의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순간 ‘B2C 벤처’가 떠올랐다. 성공한다면 ‘대박’이지만 그 자리에 오르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장은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대기업 하도급업체도 외부에서는 보는 것 이상의 큰 리스크를 끌어안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요구 수준을 맞추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고 그 요구에 맞지 않으면 일순간에 ‘모든 것(고객사)’을 잃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최근 타인 명의로 회사 하나를 더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존 회사에서는 신규 고객사 발굴과 신사업을 펼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대·중소기업 불공정사례를 조사했던 한 공무원은 대기업에 종속된 하도급기업에 대해 “함정에 빠졌다”고 표현했다. 초기 수주의 기쁨은 잠시일 뿐 대개 얼마 지나지 않아 수익률 급감을 겪게 되고 한계점에 이르면 퇴출된다는 것이다.
많은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 시장을 뚫기 위해 안간힘이다. 시장 개척 등 많은 부담을 일거에 날리고 무엇보다 회사를 키우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 그리고 기업의 성장을 가로 막는 ‘리스크’로 나타난다.
대·중소기업 관계가 많이 개선됐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 말은 다르다. 대기업은 여전히 협력사에 말 못하는 고민의 대상이다. 그들을 리스크의 근원으로 본다. 더 바뀌어야 한다는 방증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그동안 정한 잣대에 문제가 없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따져봐야 한다.
김준배 전자산업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