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탄소 협력금제도의 양면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놓고 산업계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와 상관없이 친환경차를 앞세운 신흥 세력과 내연기관차의 기존세력 간 이해 관계가 이면에 깔려 있다.

[기자수첩]저탄소 협력금제도의 양면

제도의 취지만으로 보면 찬성하는 쪽이 우세하다. 최근 본지가 일반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가 이 제도를 찬성했다. 환경보호에 대한 일반적인 의견이 주류다. 탄소배출이 심한 중대형차 선호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앞선 의견도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중대형차 선호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등록된 승용차 중 72%가 중대형차다. 독일(37%)·프랑스(26%)·일본(30%)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를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도 도입으로 신규 중대형차 구매자가 친환경차나 연비가 좋은 수입차로 우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유럽 완성차 업계는 규제 등 시장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왔다. 이들 국가가 소형차·친환경차를 선호하게 된 건 고유가 시대의 각종 친환경 규제가 작용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11개 주에서 탄소무배출차량(ZEV)을 시행한다.

미국에서 차를 팔려면 의무적으로 2017년까지 총판매량의 14%를 친환경차로 채워야 한다. 이 같은 탄소배출 규제책은 프랑스를 포함해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여기에 핀란드 등 국가에서는 일부 청정지역에 내연기관 차 운행을 금지시켰고 네덜란드는 전기택시 이용요금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친환경 전략을 수정, 최근 순수 전기차 개발에 나섰다. 결국 규제가 친환경차에 소극적이던 현기차를 움직이게 한 셈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할 수 있을까. 국내 자동차 업계의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현실을 반영하되 다가올 친환경 시대의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반전의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 아예 ‘저탄소’ 수준이 아니라 한발 앞서 ‘무탄소’차를 기치로 내세우는 건 어떨까.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