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무분별한 특허소송 제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자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허괴물들은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되는 특허소송을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제기해 합의를 종용하기도 한다. 많은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를 하거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송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공개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두 판결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특허법 285조는 예외적인 사건에 한해 승소자가 변호사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판례에서는 승소자가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로 해당 사건이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입증할 때 보상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법원은 예외적인 사건을 인정하는데 매우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승소자가 변호사 비용을 보상받게 되는 비율은 무척 낮다. 따라서 기업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소송에 승소하고도 예외적인 사건 입증에 실패해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4월 29일, 미 연방대법원은 특허법 285조에 대해 기존 판례를 뒤집는 판결을 내놨다. 운동기기 제조업체인 옥탄 피트니스사와 아이콘 헬스앤피트니스사가 맞붙은 사건(Octnae Fitness LLC v. ICON Health&Fitness LLC)과 헬스케어 시스템 기관인 하이마크와 올케어 헬스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분쟁 사건(Highmark Inc. v. Allcare Health Management System Inc.)이다.
소니야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작성한 판결문에서 연방 대법관들은 만장일치로 기존의 예외적 사건 판단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승소자는 변호사 비용 보상을 위해 해당 사건이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로 입증할 책임’이 없으며 판사가 ‘상황의 총체성(Totality of the circumstances)’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연방지방법원이 판결한 제1심의 내용을 연방항소법원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새로 심리했던 기존의 판례를 뒤집고, 제1심의 재량권 남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 연방지방법원 판사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방대법원이 예외적인 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을 낮춤으로써 보다 많은 특허소송 승소자가 특허괴물에 변호사 비용을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특허괴물이 소송 제기 전에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게 돼 무분별한 특허소송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랜들 레이더 미 연방항소법원 법원장도 내가 참여하고 있는 재미특허변호사협회(KAIPBA)와 주미 한국대사관이 공동으로 주관한 최근 세미나에 참석해 이번 판결로 특허괴물로 인한 소송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방법원 판사에게 변호사 비용 반환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많은 사건들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소수이고 대부분 합의에 따라 사건이 종결되기 때문에 소송 승소자가 결정된 후에야 요청할 수 있는 변호사 비용 반환 부분은 소송비용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미 의회에서는 관련한 특허법 개정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개정 법안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슈가 특허괴물에 의한 소송비용의 감소로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개정 법안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데 생각을 같이한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특허소송 비용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무분별한 특허소송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데 미 사법부도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괴물로 인한 분쟁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 기업의 좀 더 적극적인 대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훈 미국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 skim@wh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