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사회질서와 충돌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 스타트업이 ‘공유경제’의 개념을 차용해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기존 생산과 소비활동을 위해 고안된 법·제도가 암초로 등장했다. 서비스에 ‘불법 영업’ 딱지가 붙은데 이어 기존 산업 구성원들의 격렬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도 혁신은 전통의 벽에 가로막혀 왔다며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마존, 이베이 등 현재 사용자에게 친숙한 서비스도 등장 초기에는 면 대 면 거래에 익숙해 있던 사용자들의 우려를 샀지만 결국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유경제의 현 위치와 나아갈 방향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법·제도에 발목 잡힌 공유경제
공유경제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일부 나라에서는 기존 전통산업 요구를 받아들여 공유경제를 지향하는 스타트업에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의 서비스 제공에 참여한 사람에게 면허 취소와 고액의 벌금 등을 부과했다. 미국 미시건주 그랜드라피드에서는 에어비앤비 규정을 까다롭게 바꿨다.
이 외에도 우버는 정부에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 택시영업이라는 이유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메사추세츠, 뉴욕, 워싱턴D.C 등에서 서비스 금지 명령 및 막대한 벌금형을 받았다. 우리 정부도 우버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법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우버는 기존 택시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택시업계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샌프란시스코 택시노조가 우버 서비스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택시운전자연합회의 배리 코렌골드 회장은 “합법적으로 규제받지 않는 택시 서비스는 용납될 수 없으며 우버같은 사업자는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시위는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항의시위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밀라노 등 유럽 주요도시 택시기사들이 차량 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3만명으로 추산된다.
런던 시위에 참여한 한 택시기사는 “택시를 운전하려면 운전면허와 별도로 택시 면허가 있어야 한다”며 “차량공유 서비스는 불법”이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택시 면허를 얻기 위해서는 약 20만유로(약 2억755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필요하다.
에어비앤비의 문제도 비슷하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뉴욕시 호스트들이 연간 2100만달러의 세금을 뉴욕시와 주정부에 낼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내지 않았던 임대소득세를 내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뉴욕 검찰총장은 에어비앤비를 소환해 연방법 위반 혐의를 조사한데 이어 올초까지 법적공방을 이어왔다.
◇서비스 제공자-사용자간 상호 불안감…‘자정 노력’ 필요성 여전
서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문제가 이들 스타트업을 통해 빌린 방이나 차량을 정직하게 사용할지 여부다. 실제로 지난 2011년 6월 ID ‘EJ’를 사용하던 에어비앤비 회원은 자신의 아파트를 빌려줬다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일주일간 자리를 비운 사이 투숙객이 가구 등 집기를 파손하고 여권과 신용카드, 보석 등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이후 해당 사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사용자들에게 비난을 받은 뒤 결국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5만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미국에서 스타트업 멘토로 활약하는 브렌든 멀리건은 “공유된 재화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공유경제 서비스의 문제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에어비앤비 회원은 방을 예약했다가 침구류 청결 문제로 집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서비스 이용자 역시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그럼에도 지속적인 시장 수요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IT매체 라이프해커는 2012년 초 12만개에 불과했던 에어비앤비 등록 객실 수가 지난해 9월 기준 192개국 30만여개에 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파괴적 혁신과 기존 산업의 갈등은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며 “시대를 앞서간 혁신은 낡은 법·제도와 규제로 사라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이먼 워커 브리튼연구소 소장은 “영국 택시는 수십년간 런던의 상징으로 알려졌지만 혁신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