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블랙아웃`, 브라질이 끝 아니다

모바일 IPTV(모바일TV) 업계가 ‘월드컵 블랙아웃(송출중단)’을 맞이한 가운데 스포츠 이벤트 재송신료를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의 공방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양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또 한 번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상파는 최근 IPTV 3사 가운데 두 업체에 당초 요구했던 모바일TV 월드컵 재전송료를 하향 조정해 재차 콘텐츠 사용료를 요구했다. 두 업체는 기존보다 각각 60~70%, 20~25%가량 금액 규모를 낮춘 재전송료를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IPTV 업체 한 곳은 별도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IPTV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TV 블랙아웃 이후 지상파는 금액 규모를 대폭 낮춘 가격을 제시하며 최종 협상을 요구했다”며 “(제안을 받아들이면) 지상파가 차기 월드컵은 물론이고 아시아경기대회,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마다 재송신료를 요구할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액을 낮춰서라도 계약을 체결해 선례를 남기면서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지상파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상파는 IPTV 업계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2년 런던올림픽 등에 별도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을 들어 유료방송업계를 압박했다. 문화방송(MBC)은 월드컵 재송신료와 인천아시안게임 재송신료를 함께 요구했다. 유료방송 업계와 체결한 재송신 계약에 지난 2009년부터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 관심행사 중계방송의 재송신 대가에 관해서는 별도 협의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 업계는 해당 조항에 대가를 지불한다는 언급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재송신료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상파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보편적 시청권은 유료방송 업계의 이윤이 아닌 국민을 위해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며 “(유료방송 업계가) 합당한 콘텐츠 비용을 내지 않는다면 향후 법적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의 재전송료 갈등은 오는 2022년까지 스포츠 이벤트 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시된 한 지상파 사업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방송사는 오는 2018·2022년 월드컵 중계권과 관련해 자회사에 무려 1억9800만달러(약 2000억원) 규모 이행보증을 제공한 상태다.

학계는 끝없이 치솟는 국제 스포츠 경기 중계권료와 방송사업자 간 출혈 경쟁 탓에 향후 재송신료 분쟁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장은 “(월드컵 중계권 확보 과정에서) 방송사업자 간 과다 경쟁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됐다”며 “국부를 유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계권료를 감당하지 못한 지상파가 유료방송 업계에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은 보편적 시청권과 범주가 다르다”며 “국가 차원에서 방송사업자 간 연합체를 구성해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