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리더스포럼]"정부가 앞장서 SW 시장에 사람을 끌어들여야"

영국이 산업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기술과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정책 덕분이다. 소프트웨어(SW)산업도 기술 발전에 맞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 돼야 꽃 피울 수 있다. SW 선진국이 되기 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IT리더스포럼’에서 ‘SW 동향과 대응’ 주제 강연을 맡은 고건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영국 산업혁명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 SW산업 성장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고 교수는 “영국은 산업혁명 당시 프랑스보다 뒤쳐진 국가였지만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등 산업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며 “프랑스는 지역 세금정책과 길드 등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산업혁명 시기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자국 내 관세를 철폐하고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독점을 견제하는 제도를 통해 산업혁명의 기반을 닦았다는 의미다.

최근 영국은 초중고생을 상대로 SW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SW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기술력보다는 교육 등 정부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고 교수 의견이다. 그는 “우리나라도 SW를 초·중등 교육과정에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 실행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 만난 서울대 컴퓨터 관련 학과 학생 10명 중 8명은 졸업 후 컴퓨터 전공을 외면한다”며 “기술인력이 부족한 것이 SW 후진국의 대표적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SW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고 교수는 “정부가 앞장서 SW 지식재산(IP)권 보호와 불법복제를 근절해야 한다”며 “법과 제도로 SW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선진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불법 복제가 만연한 SW산업은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보장받지 못하는 SW 시장에 누가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겠냐”며 “젊은 사람이 SW를 선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