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뒤안길

[자동차칼럼]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뒤안길

국산 자동차엔진의 효시는 1991년 현대자동차가 영국 엔지니어링회사 리카르도와 공동 개발한 1.5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스쿠프 모델에 처음 탑재됐다. 독일의 칼 벤츠가 1885년 4기통 내연기관 엔진을 생산하기 시작한 후 106년 만에 우리나라도 자동차 엔진을 처음 생산해냈다. 그 후 우리나라 가솔린 엔진 기술은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돼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은 엔진기술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은 엔진을 사용해 연비를 좋게 하고, 파워는 상당한 수준을 낼 수 있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기술이 대세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 가솔린 엔진 기술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디젤,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등과 같이 새로운 기술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여기에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모델 수를 추가해야 하고, 자동차 스마트화에 따른 투자 등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과의 자동차 기술 경쟁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아직도 디젤차의 커먼레일, 인젝터, 고압연료분사펌프 등 분사시스템과 터보차저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갈 길이 너무 멀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는 세계 역사상 전례 없는 성공을 거뒀다. 2차대전 이전 식민지였던 국가 중 유일하게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과 브랜드 면에서 격차가 크고 이를 좁히는 데 많은 시간과 투자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려는 탄소규제는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2010년과 2013년 통과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대기환경보전법은 저배출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이에게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의 시행령을 현재 환경부가 준비하고 있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는 불이익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감축하고자 하는 방향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은 해야 한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미국, 일본, 독일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개별 자동차에 부담금과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대신 자동차 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전체 모델의 평균 탄소배출량에 대한 규제를 실시한다. 자동차 선진국들은 자동차 회사가 다양한 차종을 개발해 판매하되 평균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자동차 회사에게 모델 선택과 개발 면에서 신축성을 허용한다. 반면에 프랑스 제도를 모방한 우리나라 제도는 다양한 차종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경직된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푸조의 디젤차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반면에 쌍용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부담금을 내야 한다. 쌍용차를 사는 사람에게 돈을 받아 일본차를 사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격이 된다. 쌍용차 노조가 이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자동차 회사를 도와주고 있으니 말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대기환경보전법이 이미 통과되었으니 이를 근거로 시행령을 만들어야 하는 환경부만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가능하면 차종별 보조금과 부담금을 결정하는 구간 설정도 매우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차량을 구입하는 사람에게서 부과금을 받아 프리우스, 시빅, 푸조, 렉서스를 사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준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제도다.

가능하다면 현재의 법을 시행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재의 법과 같이 차량별로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선진국처럼 자동차 회사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방법으로도 탄소배출 감축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 이제 겨우 자동차 선진화의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에 정부가 불리한 정책을 써서는 안 된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친환경차 기술 면에서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