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예종을 살려야 콘텐츠산업이 산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서울 석관동 캠퍼스 절반을 내놓게 생겼다. 직접적 동인은 문화재청의 문화재 복원 계획이다. 지난 2009년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일부 능역을 복원하겠다는 정책의 일환이다. 하필이면 한예종 캠퍼스는 의릉 복원 지구에 미술원, 예술원, 전통예술원 건물과 기숙사 등 8개 동이 들어섰다. 캠퍼스의 절반에 달하며 학생 1000여명이 사용한다.

문제는 한예종이 신규 캠퍼스 부지를 찾아야 하는데 자금도, 뾰족한 대책도 없다는 점이다. 석관동 캠퍼스 부지가 원래부터 정부 소유인데다 대체 부지 마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후순위로 밀렸다.

한예종은 콘텐츠 전문 인력 양성의 산실이다. 개교 20년간 박찬욱 감독과 소설가 김애란, 배우 이선균 등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한 곳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걱정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문화재청의 문화재 복원 계획을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다. 완벽하게 복원해야 마땅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며 국가적 명예다.

사정이 이쯤 되면 정부가 한예종 캠퍼스 확보에 더 큰 관심을 갖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 예산은 정치적 계산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서민 생활이 어려워지면 갑자기 복지 예산을, 대형 재난재해가 터지면 당장 안전 예산을 늘린다. 콘텐츠산업은 이런 정치적 계산에 아예 빠졌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가장 큰 기치는 창조경제다. 콘텐츠 산업은 그 대표주자다. 더욱이 한예종은 국가 지정 콘텐츠 전문 인재양성 전문기관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현실적 이유다.

콘텐츠 인재들이 그들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창작에 몰두할 수 있을 때 더욱 더 많은 창조경제 주역들이 나온다. 한예종 캠퍼스 이전 부지 재원은 정부 예산 지원 순위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이것조차 하지 못한다면 창조경제 구현은커녕 그 정책 의지마저 근본적인 의심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