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생태계가 스마트폰과 앱 마켓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모바일 업계는 큰 변화를 경험했다. 이동통신사가 차지하던 피라미드의 최상위는 스마트폰 OS를 쥔 구글과 애플이 차지했다. 이통사가 독점하던 모바일 서비스와 콘텐츠는 열린 시장에서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많은 개발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모바일 관련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생태계에 걸맞은 비즈니스 모델을 꿈꿨다. 모바일 중심으로 삶이 전환됨에 따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수요를 찾아내고 이를 수익과 연결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겠다는 희망, 또는 용기, 또는 사명감을 가졌다. 이후 새로 창업한 스타트업은 대개 특정 콘텐츠로 수익을 내거나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큰 기업에 파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수익모델을 지향했다.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보 서비스, 스마트폰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결제 시스템, 개인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별 초점을 맞추는 광고 서비스, 즉각적인 공유와 사용자 간 자발적 피드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등 모바일 기술의 성장과 생태계의 변혁을 기반으로 수많은 창의적인 서비스가 등장했다. 많은 벤처투자자는 이 모델에 열광하고 적극적인 투자도 진행했다.
대략 5년이 지난 지금 수익적 관점에서 모바일 스타트업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외에서 위치기반 서비스, 증강현실 서비스, 자영업자를 기반으로 한 로컬 비즈니스영역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낸 스타트업은 수익 면에서는 초라한 실적에 그쳤다. 사용자는 여전히 결제 수단으로 현금과 신용카드만을 사용하고 있고, 전혀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수익 관점에서 성공을 거둔 예는 거의 없다.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에서도 여전히 수익의 80% 안팎은 ‘게임’에서 발생한다. 성공한 모바일 서비스라 불리는 것 역시 이미 존재하던 웹 기반의 SNS(혹은 문자메시지), 이미 존재하던 커머스 및 유통 플랫폼이 모바일로 영역을 확장한 수준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모바일에서 태생된 서비스가 아니다. 와츠앱, 라인, 카카오톡 또한 문자 메시지의 변형이다. 포스퀘어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일정한 성공을 거둔 서비스 역시 일가를 형성하기보다는 기존 웹 생태계의 콘텐츠 중 하나로 인식돼 가고 있다.
이제 이러한 상황을 아래의 두 가지 중 하나로 설명해야 한다. 하나는 아직 변화된 모바일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한 새로운 개념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변화된 모바일 생태계는 과거 인터넷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인프라가 그랬던 것처럼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토대다. 이를 증명하기에 5년은 아직 짧다.
다른 하나는 애초에 모바일 생태계의 변혁은 변혁이라기보다 전이, 혹은 확장의 수준이었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대할 정도의 토양은 아니었다. 결국 기존의 검증된 수익모델과 알려진 수요에 충족하는 서비스가 유효한 시장이다.
전자라면 이 분야의 기술적 진화를 지속적으로 트래킹하고, 모바일과 이동·개인화·항시성의 가치에 집중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후자라면 이미 존재하는 모델 중 모바일로 전이되기에 가치가 상승하는 모델을 연구하거나, 기존 모델의 모바일 사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튜닝에 대한 고민이 바람직하다.
5년 전 전자의 관점에서 창업한 나는, 2014년 현재 여전히 전자의 관점을 꿈꾸지만 후자의 관점을 인정하고 있다. 회사의 포트폴리오 역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설계하려 노력하고 있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인가?
신의현 키위플 CEO tomato@kiwip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