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에 러브콜을 보내는 해외 통신사가 늘고 있다. 사용 중인 중국 제품에 오류가 잦고 사후서비스(AS)서도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포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으며 새로운 기회가 생길 지 주목됐다.
18일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통신장비의 문제점을 호소하며 대안을 찾는 해외 통신사가 부쩍 늘었다. 주로 중국 기업이 장악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지역 통신사를 중심으로 불만이 급증했다. 해당 지역은 통신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는 지역으로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대형 통신사 디지(DIGI)는 지난 6개월간 고객 100만명이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한 중국 기업에서 주요 통신장비를 도입했는 데 통화 품질이 지나치게 떨어지고 장비 오류도 잦아졌기 때문이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도입과 운영 과정에서 중국 기업과 갈등도 빈번했다.
디지의 한 고위 임원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중국 장비를 택했지만 통신망에 문제가 심해 불만을 내놓는 고객이 급격히 늘었다”며 “해당 기업은 처음엔 저렴함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구축 과정에서 추가로 도입해야 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많아 비용도 적잖게 들었다”고 말했다.
몽골의 유니텔과 인도네시아 텔콤셀도 같은 고민에 빠졌다. 중국 장비를 사용한 이후로 오류가 늘고 통화 품질이 나빠졌다. 유니텔의 경우 과금(빌링)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남미 콜럼비아 A통신사도 중국 C통신사를 통해 기지국 등 중국 제품을 도입했는 데 잡음이 심해 불편을 겪었다.
해당 통신사들은 장비 자체의 오류보다는 구축과 AS 과정에서 불거지는 중국 업체와 갈등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은 글로벌 대기업의 영업력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제품을 공급하지만 일단 구축이 되면 태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가격보다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다른 업체를 찾아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 디지는 무선통합 솔루션, 롱텀에벌루션(LTE) 장비용 파워서플라이 등을 제조하는 국내 업체들과 협력을 논의 중이다. 유니텔은 국내 지능망 솔루션을 도입해 빌링 분야 문제를 해결했다. 콜럼비아 A통신사는 국내 중소기업의 잡음제거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내 통신장비 업체의 해외 진출 사업을 지원하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업체를 찾는 해외 통신사가 부쩍 늘었다. 한국 제품이 서비스와 가격, 품질 면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국내 업체의 해외 홍보와 연결고리가 많지 않다는 점은 해결 과제로 꼽혔다.
KAIT 관계자는 “한국 제품을 요구하는 해외 통신사가 늘어나지만 홍보가 덜돼 있고 서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채널이 너무 부족하다”며 “해외 진출을 위한 국내 업체의 준비도 필요하지만 정부와 관계 기관에서 해외 통신사와 연계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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