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정에서 과학 과목 축소 우려가 제기되자 과학계와 과학 관련 교수, 현장 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통합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국어·영어·수학에 비해 소외받는 과학 과목 필수시간을 도리어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실시되는 잦은 교육과정 개편에 문제도 제기했다.
18일 과학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과학 비중 축소가 우려되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편방향에 교육 일선의 교수와 교사의 반대 의견이 빗발쳤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이날 서울교육대에서 개최한 ‘과학 교육과정 포럼’에서 과학 교과 축소 움직임을 성토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에서 과학 교육과정 개편을 맡고 있는 송진웅 서울대 교수는 “국어, 영어, 수학에 치중된 학과 공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면서 “학교 자율권 확대를 위해 국영수, 사회, 과학의 필수 이수 단위를 최소화하고 동일하게 설정하면 또다시 국영수에 편중된 학교 교육이 실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과학교사들도 과학교육 축소를 반대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전화영 경복고 교사는 “수업시간이 줄면 진도에 쫓기게 되는데 개정 때마다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면서 “(시수가 확대돼) 마음 놓고 실험하고 토론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화성 서울시 교육청 장학관도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취지를 살리려면 과학과 사회 교과의 필수 이수 단위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 관련 교수들과 과학계 원로들도 과학교육 축소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이날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창출의 근본이 되는 과학·수학교육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교육부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가 마련 중인 개정안은 전체 필수 교과시간에서 과학교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라도 미·영 등 선진국처럼 과학·수학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또 “현재 개정 연구위원 11명 전원이 교육학자고, 10명이 문과 출신”이라며 “연구위에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초과학 관련 학회 연합체인 기초과학학회협의체(이하 기과협)는 과학교육 축소로 방향을 정한 것은 연구위 인적 구성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과협은 최근 교육부에 보낸 공문에서 연구위를 교육학 전공자로만 구성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분야별 전문가로 새로운 연구위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과정에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도되는 잦은 개편이 문제라는 시각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17일 ‘2015 교육과정 전면개정을 반대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전교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교육과정 개정으로 교사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면서 “개정 논의를 하기에 앞서 기존 교육과정에 대해 충분한 질 관리가 이루어졌는지, 현장교사들의 생각은 어떤지 제대로 평가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는 “현재도 교육과정은 문·이과 구분이 없고, 수능 선택에서 문·이과가 나뉠 뿐”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교육과정의 문제라기보다 수능체제의 변화가 근본적이며 한국 교육 변화에 중요한 핵심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건호·송준영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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