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를 여행할 때 꼭 그곳의 대표 공항을 둘러보라는 얘기가 있다. 그 나라 대표 상품을 모아놓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공항을 둘러보는 다양한 방법이 인터넷에 공유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표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은 어떨까. 문득 ‘두 공항에는 어떤 TV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일었다. 대학 시절 배낭여행 중 하네다·나리타 두 국제공항에서 노숙할 때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산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 탓이었으리라.
예상대로였다. 사무공간을 제외하고 승객이 이용하는 여객터미널과 탑승동을 기준으로 인천에는 134대, 김포에는 국내선 37대, 국제선 24대가 비치돼 있었다. 모두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물론 브랜드 홍보를 위한 기증품들이다.
양사는 인천공항에 상표 광고를 조건으로 각각 67대의 TV를 기증했다. 지난 2011년 생산된 풀HD LED TV가 각각 65대씩이다. 여기에 올해 삼성이 2대의 초고화질(UHD) TV를, 지난해 LG가 OLED TV 2대를 제공했다. 김포에는 국제선은 모두 삼성 제품이었고, 국내선에 삼성이 19대, LG가 18대를 넣었다. UHD TV는 양사가 각 1대씩 넣었다. 세계 TV 시장 1, 2위 업체가 있는 ‘TV의 나라’답게 최첨단 TV가 방문 외국인들의 눈길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최첨단 TV임에도 화면만 잠깐 보고 지나가는 디스플레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삼성 스마트허브, LG 웹OS 등 첨단 기술과 서비스는 방문객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TV의 나라’ 국제공항은 달라야 한다. 세계인이 우리 손으로 만든 TV를 직접 써보고 귀국 후 구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글로벌 회사인 두 회사가 TV만 갖다 놓을 것이 아니라 공항의 이점을 활용해 고객에게 제품력을 소구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것은 어떨까. TV 강국 코리아의 관문인 공항에서 첫 인상과 마지막 이별 순간에 외국인들이 갖게 될 마법 같은 한국 TV의 이벤트 현장은 그들 기억속에서는 잊혀지지 않는 또 하나의 볼꺼리로도 남지 않을까.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