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국가를 순방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귀국 이후 국회에 제출할 국무총리 임명동의안과 장관 인사청문서 재가 여부를 검토한다. 이미 공개한 제2기 내각 인사다. 대통령이 순방국에서 전자결재로도 충분한 재가를 이렇게 미뤘다. 표면적으로 청와대 정무라인의 요청 수용이지만 전반적인 인사 재검토로도 해석할 만하다.
내각 인사에 대한 정치권 반응과 여론이 긍정적이지 않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역사관 시비에 휘말렸다. 위안부 할머니뿐만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교수 출신인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을 샀다.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자유롭지 않다.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정책 최고책임자들이 논문 표절 의혹을 빚는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개각 인사에 대한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에 구멍이 생겼음을 뜻한다. 처음부터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좋았지만 뒤늦게라도 알았다면 고쳐야 한다. 공직자 아닌 필부도 당연히 이렇게 생각한다.
문제를 알고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면 전혀 다른, 그것도 더 심각한 새 문제를 빚을 수 있다.검증 부실이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는 오해를 받는다. 여론과 민심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오만과 불통 이미지가 더 쌓인다. 세월호 참사를 딛고 일어서 새 출발하려는 박근혜정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이번 재가 검토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사를 번복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잘못을 알고 고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이러한 용기에 더 감동한다. 청와대가 다시 인사를 한다면 차가운 민심을 다시 돌려놓을 수 있으며 어쩌면 이전보다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물의를 빚은 후보자들 스스로 진퇴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대통령과 뜻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라면 갈 길이 바쁜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진정한 도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