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자유. 연중 휴가 무제한, 회사에서 개인 프로젝트 진행 가능, 업무 평가 없음’
시쳇말로 잘 나가는 외국 회사 이야기가 아니다. 설립 5년째를 맞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토종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 이야기다.
근무 환경 자유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구글도 혀를 내두를 만한 조건이다. 직원의 자율성 보장 측면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넷플릭스도 그에 따른 성과를 요구한다. 성과가 부진하면 바로 해고다. 하지만 스마트스터디는 조금 다르다.
스마트스터디는 삼성출판사 자회사다. 교육과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는 출판 산업이 아닌 앱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연세대 졸업 후 넥슨과 NHN을 거쳐 2010년 창업했다. 3명으로 시작한 사업은 매년 두 배씩 성장했고, 현재 직원 수는 51명으로 늘었다. 그 사이 출시한 앱은 500여개에 달한다.
김 대표는 회사 생활과 사생활을 구분하지 않는다. 직원은 회사 일과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할 수 있다. 개인 앱으로 월급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개발자도 있다. 회사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직원에게 공간과 서버 등 인프라를 제공한다.
개인성과를 측정하지만 명시적 기준도 없다. 단지 ‘성과는 자신과 동료가 가장 잘 안다’는 명제만 있다. 자신과 동료가 성과를 잘 알고 있는 마당에 터무니없는 연봉을 요구하지 못한다. 동료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회사가 재미없어지고 일을 열심히 해서 만회하거나 아니면 회사를 떠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회사는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며 “회사가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게 아니라 직원이 벌어다 준 돈을 회사와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즐겁게 일하는 곳이 되면 회사도 자연스럽게 함께 성장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파격 경영은 파산이 아니라 좋은 실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매출 80억원을 올렸고 교육과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4개 파트 모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은 본사보다 훨씬 좋다. 가장 큰 매출은 영유아 교육 시장에서 나온다. 최대 히트작 ‘핑크퐁’은 세계적으로 3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아이들 세계의 신흥 강자로 꼽힌다.
모회사인 삼성출판사 콘텐츠를 앱으로 옮기기도 하지만 회사가 직접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 스마트스터디가 개발한 핑크퐁은 앱에서 인기를 얻어 반대로 오프라인 서적으로 출간된다. 김 대표는 “강력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영유아 교육 업계의 넷플릭스를 꿈꾼다”며 “언제까지나 구성원 모두가 재미를 느끼고 즐겁게 찾는 동아리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