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일부 허용 방침에 유통업계 ‘우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무조건 위법으로 보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가격경쟁 저해보다 유익한 경쟁촉진 효과가 더 큰 경우에 한해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유통 업계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독과점 제조사가 이를 악용해 유통사와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제조사가 유통사에 자사 제품을 일정 가격 아래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했다. 거래단계별 사업자가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게 원칙적으로 옳고, 이를 제한하면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 규제적정화 TF는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가격경쟁이 제한될 수는 있지만 가격 외 서비스 경쟁 등 유익한 경쟁이 촉진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평가했다. 상표 간 경쟁 활성화, 비가격 서비스 경쟁촉진 등을 통한 소비자 후생증대 효과가 가격경쟁 제한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저해 효과보다 큰 경우에는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합리의 원칙’을 적용해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적법하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한 구두소매업체가 매장환경 정비나 애프터서비스가 아닌 가격 할인만으로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것을 두고 구두제조업체가 제품 공급을 중단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 대법원도 지난 2011년 해당 상품 내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도 상표 간 경쟁을 촉진해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하는 경우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경쟁촉진 효과가 큰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허용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합리의 원칙을 충족하지 않고 경쟁제한 효과가 경쟁촉진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증대 효과보다 큰 경우에는 엄격하게 제한할 방침이다.

유통 업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온라인쇼핑몰 등 ‘가격’을 주요 경쟁력으로 앞세운 유통사들은 상황에 따라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평가다. 독과점 제조사가 법을 악용해 필요시 유통사 가격할인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 간 경쟁제한 우려와 이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확한 기준과 대상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정위가 밝힌 ‘소비자 후생증대 효과가 가격경쟁 제한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저해 효과보다 큰 경우’는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한 온라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법이 어디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판단이 어렵지만 시장 과점 제조사는 이를 악용할 우려도 있다”며 “이번 계획이 큰 틀에서 소비자 이득을 늘리고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정부 기조와는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