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트랜스지방, 혈관질환에 염증· 노화까지 유발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트랜스지방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도넛이나 튀긴 과자, 빵, 패스트푸드 등에 많이 포함된 트랜스지방은 매년 생산과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에 해로운 것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와 심혈관질환, 유방암, 대장암 등의 위험 그리고 기형유발 등이 증가하는 것은 보고돼 있지만, 발병원인과 전신으로 독성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경현 영남대 생명공학부 교수팀이 트랜스지방의 다양한 독성이 인체의 여러 장기에서 나타나는 이유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18개의 탄소를 가지는 세 가지 유형의 지방산인 스테아르산(포화지방), 올레산(불포화지방, 시스), 엘라이드산(불포화지방, 트랜스)의 생리적인 기능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구조가 사람과 비슷한 제브라피쉬를 실험에 이용했다. 트랜스지방을 포함하는 HDL을 합성해 혈관 세포와 피부세포에 처리하여 염증 유발 및 세포 독성, 노화 유발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트랜스지방이 HDL을 변형시켜 혈관을 타고 이동해 배아 사멸 및 발달지연 등의 독성을 나타내고, 지방간 악화를 유발하는 것을 분자 수준에서 증명했다.

연구팀은 “트랜스지방이 혈관 벽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해 주는 유익한 고밀도지단백질이 제 기능을 못하도록 변형시킨다”고 설명했다.

제브라피쉬 실험결과 정상 HDL과 올레산이 결합된 HDL을 처리하면 과당에 의한 염증 생성이 감소했다. 하지만 트랜스지방인 엘라이드산이 결합된 HDL은 과당에 의한 염증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이는 HDL의 항염증 활성이 트랜스지방 결합에 의해 손상됐음을 뜻한다. 트랜스지방이 노화를 유발하는 것도 확인됐고, 지방간이 촉진되는 것도 발견됐다. 트랜스지방인 엘라이드산을 섭취한 제브라피쉬 그룹에서 혈청 콜레스테롤과 혈청 중성지방, 간염증 수치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트랜스지방의 생산과 소비에 경각심을 주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특히 액상과당이 많은 탄산음료와 트랜스지방이 많은 인스턴트식품의 동시 섭취가 염증유발과 지방간을 악화시키는 경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공식품에 포함된 트랜스지방은 제품에 표시된 영양성분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아이들 간식 등을 선택할 때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때도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우리나라 식품 표시기준에 따르면 1회 제공량에 0.2g 이하의 트랜스지방이 포함된 것은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함량 등을 고려해 ‘0’으로 표시할 수 있다. 즉 과자의 경우 30g 안에 0.2g의 트랜스지방이 있으면 0으로 표시한다. 결국 우리는 트랜스지방이 없는 줄 알고 먹더라도 실제로는 일부 섭취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