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에서 2억명의 사람이 모기가 매개하는 전염병인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이 중 70만명이 사망한다. 이 때문에 말라리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중점 관리하는 질환 중 하나다.
말라리아로 발생하는 감염을 줄이고자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아예 없애버린다면 어떨까.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생각을 현실화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이 모기 수컷만 생산하는 유전자 변형기술에 대한 논문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모기의 성 염색체를 조작하는 기술을 활용해 새끼의 수컷 비율이 95%에 이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말라리아 모기 중 암컷만 사람을 물고 수컷은 사람을 물지 않는다.
연구팀은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배아에 ‘I-Ppol’이라는 DNA 분해효소를 주입했는데, 이 효소가 성장한 모기의 정자 생산과정에서 X염색체의 DNA를 분해했다. 결국 대부분의 정자에서 암컷을 만들어내는 X염색체는 없고 수컷을 만들어내는 Y염색체만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를 변형한 모기들을 다섯 개의 상자에 야생 모기들과 반반씩 섞어 넣고 관찰한 결과 암컷 모기가 계속 감소했다. 결국 암컷 모기가 점점 감소하면서 6세대 만에 다섯 상자 중 네 상자에서 모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연구팀은 “처음으로 실험실에서 암컷 생산을 막을 수 있었고 말라리아 퇴치의 새로운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변형을 이용해 보통 한 달 정도인 모기의 수명을 한 주로 단축시킨 뎅기열 매개 모기를 자연상태에 풀어 넣는 실험도 하고 있다. 브라질과 말레이시아는 이미 이 유전자 변형 모기를 자연 상태에 풀어놓았다.
일각에서는 유전자 변형 모기를 자연에 풀어 넣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환경단체 등은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 지역에서 하나의 모기 종이 사라지더라도 더 위험한 경쟁종이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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