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음악을 듣는 라디오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음원시장 가격 파괴가 시작됐다.
지난 3월 한 스타트업이 무료 음악 서비스를 선보여 인기를 끌자 음원 시장 강자들도 가세했다. 정체된 음원 시장을 키울 디딤돌일지, 아니면 창작자와 유통 업체 모두 수익성이 나빠지는 함정일지는 미지수다.
소리바다는 무료 음악 라디오서비스를 하반기에 내놓겠다고 22일 밝혔다. 김현걸 소리바다 부사장은 “그간 무료 라디오 음악서비스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곡을 선정해 소비자가 수동적으로 들었다면 우리 서비스는 일부 선곡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북미에서 서비스 중인 ‘밀크뮤직’의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무료로 운영하는 라디오서비스 밀크뮤직의 국가 확대를 검토 중”이라며 “한국도 대상에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무료 라디오음악서비스는 비트패킹컴퍼니란 신생 벤처기업이 먼저 불을 지폈다. 회사는 지난 3월에 ‘비트’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고 무료 라디오 음악 서비스를 선보였다. 3개월 사이 1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몰렸다. 고객이 음악을 무료로 듣는 대신 열 곡마다 광고가 나온다. 원하지 않는 곡은 건너뛸 수 있다.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는 “스마트폰은 음악을 듣기 매우 좋은 수단인 데도 유료라는 진입장벽 때문에 전체 고객이 600만명에서 정체돼 있다”며 “음악시장 기반 확대 차원에서 무료 라디오음악서비스를 내놨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최근 잇따라 기존 음원서비스 업체가 라디오음악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선발업체로서 광고 수익기반을 갖춰 쉽사리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료 라디오 음악시장에는 저작권 사용료라는 장벽이 있다. 지난해 개정한 사용료 징수 방안에 따르면 사업자는 스트리밍 한 곡당 최소 3.6원을 작사·작곡·제작자 등에게 지불해야 한다. 무료로 듣는 곡이 많을수록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트패킹컴퍼니는 이 비용을 광고로 상쇄하지만 무료음악 이용이 늘면 광고가 이를 감당할지 알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지나친 가격파괴 우려도 있다. 음원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작은 규모인 국내 시장에서 무료라디오 때문에 가격파괴가 이어지면 자칫 디지털 음원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늘어 파이가 커지지 않으면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는 창작자 몫도 줄어들어 음악 생태계 뿌리가 말라가는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용료 징수 체계를 좀 더 세분화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음악 업계 한 관계자는 “무료 라디오 음악서비스는 유료 스트리밍과 순수한 라디오의 징검다리 단계”라며 “사용료 체계도 이용방식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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