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스마트폰 바깥으로 뛰쳐나간 혁신

[신화수 칼럼]스마트폰 바깥으로 뛰쳐나간 혁신

컴퓨터의 기능을 죄다 수렴한 스마트폰이다. 인터넷 검색부터 카메라, 음악, 방송, 쇼핑, 금융, 게임까지 안 되는 것이 없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처리 속도, 화질부터 사용자인터페이스(UI)까지 끊임없이 혁신한 결과다.

이 혁신이 최근 주춤했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새 혁신보다 기존 제품의 성능 보완과 원가구조 개선에 집중한다. 성숙한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은 혁신보다 개선이 이익 창출에 더 효과적이다.

혁신은 끝에 다다랐는가. 아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할 뿐이다. 2라운드 시작이다. 애플이 최근 차기 운용체계(OS) ‘iOS8’ 베타버전을 공개하면서 혁신 경쟁은 다시 고개를 치민다. 기기 간 연결 강화부터 새 개발언어까지 획기적으로 진화했다. 개발자들이 들썩인다. 정작 소비자 반응은 무덤덤하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혁신이 적은 탓이다. ‘아이폰6’에 대한 관심도 새 기능보다 화면 크기에 쏠렸다. 혁신 기대도 ‘아이폰’에서 ‘아이와치’로 옮겨갔다.

혁신 경쟁은 스마트폰보다 웨어러블 기기에서 활발하다. ‘구글 글라스’ ‘갤럭시 기어’ 등 이미 제품이 나왔다. 이번 주 열릴 구글 개발자회의에 새 제품이 등장한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웨어러블 기기는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다. 제한적 기능과 서비스는 스마트폰 보조기기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애플이 올 가을 내놓을 ‘아이와치’가 이 한계를 돌파하면 웨어러블 기기 혁신 경쟁도 본격화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가전, 자동차 등 다른 기술의 플랫폼으로 쓰는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가전업체가 10년간 공을 들여도 닫혔던 홈네트워킹 시장 문이 스마트폰 대중화로 비로소 열렸다. 스마트폰은 내비게이션 대체를 넘어 자동차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을 다른 기술에 연동한 혁신은 사물인터넷(IoT) 확산과 더불어 급진전할 것이다.

주목할 것은 스마트폰 혁신이 최근 부쩍 업체 바깥에서 활발하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지난주 ‘파이어폰’을 공개했다. 센서와 네 모서리 특수카메라로 안경 없이 3차원(D) 영상을 볼 수 있다. 문자, 이미지, 오디오를 인식해 관련 정보도 제공한다. 3D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고 콘텐츠 소비 행태까지 바꿔놓을 혁신이다.

스마트폰 화면과 기능을 아예 기기 바깥으로 꺼내놓는 혁신도 활발하다. 미국 MIT미디어랩이 2009년에 개발한 ‘식스센스’가 대표주자다. 센서, 카메라, 프로젝터, 스마트폰을 이용해 허공에 키보드를 꺼내 전화를 걸며, 손짓만으로 사진을 찍는다. 오픈소스 개방으로 상용화 길이 머지않았다. 독일 증강현실 업체인 메타이오는 최근 열 감지 터치기술로 새로운 스마트폰 진화 방향을 제시했다. 빈 책상에 영상을 만들어 체스를 둔다. 인쇄 잡지나 신문 속 사진을 터치하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두 증강현실 기술 덕분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공간 디스플레이는 현실로 다가왔다. 스마트폰과 결합하면 지금까지 나온 웨어러블 기기를 아예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무겁고 답답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에 치명적이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바깥의 혁신을 재빨리 수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독자적인 스마트폰OS와 서비스 플랫폼이 없고 개발자 네트워크마저 빈약한 우리나라 업체들이 특히 위험하다. 인수합병(M&A)이 아닌 제휴라도 외국 경쟁사보다 앞서 외부 혁신을 받아들이고, 상용화도 선도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취약한 개발자 네트워크 보완에도 큰 힘이 된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