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중 내수시장 확보가 가장 절실한 현대오일뱅크가 2년을 벼른 SK에너지를 누르고 알뜰주유소 1부 시장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농협중앙회와 한국석유공사는 23일 알뜰주유소 1부 시장 석유제품 공동구매 입찰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중부권(서울·수도권·충청·강원)과 남부권(영·호남) 가운데 원하는 지역을 선택해 협상을 진행할 권리를 부여받는다. 남은 한 권역에 대해 2순위인 SK에너지가 현대오일뱅크가 제시한 것과 비슷한 가격으로 협상할 기회를 얻는다. 정유업계는 지난 2년간 중부권에 석유제품을 공급한 현대오일뱅크가 올해도 중부권을 선택하고, 나머지 남부권을 차순위인 SK에너지가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부 시장 공급권을 획득한 두 정유사는 자영알뜰주유소 433개, 고속도로알뜰주유소 160개, 농협알뜰주유소 469개에 휘발유·경유·등유를 직접 공급하게 된다. 총 공급물량은 연간 12억리터다.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정유4사 모두 1부 시장 입찰제안서를 제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 중에서 내수시장 공급권 확보가 가장 절실한 곳은 현대오일뱅크였다. 타 정유사가 전체 매출에서 내수 비중이 30~40%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해 현대오일뱅크는 60%에 육박한다.
또 다른 정유사가 석유화학, 윤활유 사업 등 사업다각화를 오래전 진행했던 것과 달리 현대오일뱅크는 최근에야 이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그나마도 석유화학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공장을 풀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내수 비중이 높고 사업다각화 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주요 거래처였던 STX에너지(현재 GS E&R)가 GS컨소시엄에 넘어감에 따라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현대오일뱅크가 잃은 전국 48개 주유소와 350개 업체에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GS E&R은 GS칼텍스의 신규 거래처가 됐다. 현대오일뱅크가 알뜰주유소 입찰에 사활을 걸고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난 2년간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한 번도 확보하지 못했던 SK에너지도 올해에는 내수 공급물량 확보 차원에서 입찰에 공격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익도 안 남는 알뜰주유소 공급권 확보에 정유사가 모두 나선 것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공장 가동에 필요한 공급처 확보를 위한 ‘울며 겨자 먹기’ 경쟁”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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