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이근 인광 대표

기술만 믿고 창업했다. 여느 엔지니어들 처럼 그 역시 엔지니어가 사업하며 하는 실수를 했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게 사업을 접으면서 신용불량자까지 됐다. 기술만 믿어서는 안됐던 걸까. 하지만 결국 ‘기술’이 그를 살렸다.

[이사람]이이근 인광 대표

세계 첫 무변색 은도금으로 LED 업계 화제가 된 인광의 이이근 대표의 스토리다.

이 대표는 과거 LED 소재 사업을 했다 문을 닫았으나, 무변색 은도금 기술로 재기했다. 이 기술은 LED조명의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도금이라고 하면 별거 아닌 기술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3대 뿌리기술이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 기술”이라며 “LED에서도 원가를 크게 좌우할 수 있어 업계에 화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 처리와 도금에 발을 들인 것은 1991년 LG금속에 입사하면서다. 미국 유학 후 두산 기술연구소에 있으면서 LED 관련 소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후 10년 넘게 LED 관련 소재를 연구해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인광의 은도금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은이 공기 중에서 변색되면서 광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저렴한 실리콘을 사용해도 되는 만큼, LED조명의 대중화를 막았던 원가 부담을 해결한 것이다.

첫 번째 세웠던 회사 ‘써피아’ 역시 LED 리드프레임 도금을 했던 회사다. 두산 연구소 재직 시절 조언을 해줬던 LED 회사의 권유로 도금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공가도를 달렸으나 이 LED 회사가 니치아로부터 특허 공격을 받으면서 이 회사에만 의존했던 써피아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출은 10분의 1로 떨어졌다. 새로운 기술인 메탈PCB 사업을 시작했지만 고객의 양산이 1년 넘게 늦어지면서 버틸 여력이 없던 그는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사업을 접은 후 3개월 후에 양산 소식을 듣고 땅을 치며 후회를 했지요. 사업이 내 기술만으로는 안되고 시장을 봐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신용불량자까지 되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시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 지인들이 없었다면 그는 재기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이 대표는 지인에게 사업을 하면서 개발했던 기술 특허 사용권을 주고 대신 연구 공간을 얻었다. 사업을 하면서 늘 해보고 싶었던 연구였기에 전념할 수 있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자,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LED업체 루멘스가 양산할 수 있도록 자금지원을 해줬다. 그 후 정부는 파산 면책을 받아줘 다시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다.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재창업 기금도 받았다.

역경은 자산이라고 했다. 보다 넓어진 눈으로, 세계 최강의 기술로 이 대표는 재도전한다. 이번에는 매출에 대한 욕심보다는 갑과 을이 없는 모델을 만드는 꿈을 꾼다.

그는 “인광이 하는 공급 계약서에는 갑과 을이 없다”며 “세계 최초 기술인 만큼 이런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