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당 100개 넘는 통신 요금제… 소비패턴 예측 점점 힘들어진다

이동통신업계가 회사마다 100개가 넘는 요금제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만, 정작 통신사는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분석할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용자를 구간별로 분류하고 요금별 효과를 측정하기가 불가능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도 향후 예측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양상이다. 일부 통신사는 요금제를 단순화해 최대한 예측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지만 소비자의 수요가 이미 워낙 다변화돼 쉽지 않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각각 100개를 초과하는 요금제를 서비스하고 있다. 기존에는 음성·문자메시지서비스(SMS)·데이터로 나눈 뒤 각각 원가 대비 수익률과 사용량을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가입자를 사용량에 따라 구간별로 나눠 수요별로 맞춤형 요금제를 보다 빨리 내놓는 게 이통사의 주요한 경쟁력 중 하나였다. 청소년·커플 요금제 등이 이런 이용패턴 분석을 통해 나왔다.

스마트폰 이후 4세대(4G) 롱텀에벌루션(LTE) 시대로 넘어오면서 요금제가 다변화했다. 음성·SMS·데이터는 기본이고, 데이터 정액제, 음성·데이터 정액제, 망내·망외 할인에 모바일TV, 스포츠 전용, 음악, 동영상 전용 요금제 등이 쏟아졌다. 여기에 유·무선 결합상품까지 등장했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만큼 초고속인터넷 요금을 할인해주기도 한다. 특히 가족 할인이나 보안서비스, 키즈 로봇 등은 개인별 이용패턴과는 무관하게 수요 예측에서 벗어나는 가입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데이터 정액제 상품에는 부가 콘텐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이용자가 부가서비스 이용 요금과 데이터 요금을 어떻게 비교하고 가입했는지 추론도 어렵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이제는 헤비유저나 데이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전화만 주로 쓰는 이용자 등 가입자 분포의 양 끝에 있는 고객에 대해서만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고 중간 부분은 너무 복잡해 아예 분석을 포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각 사별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가입자 수를 예측하고 각 시나리오별 수익률 등을 계산하기는 하지만 최근 복잡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데이터 이용량이 많아지면서 요금제가 단순해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낙 수요가 다양해 쉽사리 요금제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빅데이터 서비스를 가장 앞에서 끌고 있는 통신업체들이 정작 빅데이터 도구·기술 개발을 가장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