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형 원전, 따로 만든다

우리나라가 1000㎿급 3세대 수출형 원자로를 새로 개발한다. 기존 OPR-1000의 업그레이드 모델로 카자흐스탄 수출을 우선 겨냥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국내 설치한 원전을 그대로 해외에도 수출하는 전략이었으나 최근 강화된 안전 요구에 따라 수출용 원전을 따로 설계해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은 1000㎿급 신형 원전 ‘APR-1000(가칭)’ 개발을 추진 중이다.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에서 한전에 1000㎿급 신규 원전 건설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3세대 원전은 안전 계통을 기존 2중에서 4중으로 늘려야 한다. 원자로 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상황을 가정해 방사능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자연 재해를 대비한 조치사항은 기본이다. 원전 설비용량과는 상관없으나 최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대용량보다는 1000㎿급 원전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 중에는 신고리 3, 4호기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출 원전인 APR-1400이 3세대 원전에 속한다. 산업부에서는 설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자로는 기존 OPR-1000을 이용하고 안전계통은 APR-1400의 것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핀란드처럼 용량은 우리나라 주력 원전용량인 1400㎿지만 안전성을 유럽기준에 맞춰줄 것을 요구하는 국가도 있어 APR-1400의 안전기준 강화도 논의대상이다. APR-1400은 미국 안전기준에 맞춰져 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 지난 13일 유관기관과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26일 한수원 중앙연구원에서 관련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산업부와 한전, 한수원은 물론이고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민간기업 등 산·학·연 전문가가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카자흐스탄 외에도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에서도 1000㎿급 원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기존 원전 수출과 달리 원전을 새로 설계해야 함에 따라 투자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몰 비용에 대한 비판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