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체크’가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의 핵심 기능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 당뇨 환자는 하루 10번가량 손가락을 찔러 강제 채혈을 통해 혈당을 확인해야 한다. 과정상 감염 우려도 상존한다. 하지만 웨어러블 제품을 착용하면 전기나 초음파, 빛을 피부에 투과시켜 아무런 고통없이 혈당 감지가 가능하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타에 따르면, 세계 혈당측정기 시장은 오는 2017년 120억달러 규모로 클 전망이다. 미국에만 2900만명의 환자가 있는 당뇨병은 연간 총 245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향후 5년내 41%의 고도 성장이 예상된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코트니 라이어스 화학·독성기국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기기와 혈당 체크 기술의 결합은 ‘찰떡 궁합’(made in heaven)”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구글과 애플, 삼성 등 주요 모바일 사업자들의 포문은 열렸다.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메드트로닉의 스티븐 오스텔리 박사는 ‘구글’을 미래의 최대 경쟁사로 꼽았다.
그는 “우린 연간 15억달러를 연구개발(R&D), 그 가운데 ‘개발’ 부분에 집중 투자하는 반면, 구글은 연간 80억달러의 R&D 비용 대부분을 ‘연구’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제품 개발에 급급한 대다수 의료기기 업체와 달리, 구글은 장기적 포석을 갖고 이 분야에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글은 현재 혈당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 콘텍트렌즈’를 개발 중이다. 혈당에 이상 발견시 렌즈에 작은 불빛이 들어오는 방식이다.
스마트 콘텍트렌즈 등을 개발 중인 ‘라이프 사이언시스팀’은 무인 자동차와 구글 글래스 개발팀과 함께 현재 ‘구글 X랩’에 편제돼 있다.
애플의 헬스 웨어러블 역량은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아이와치’에 집중된다. 애플은 최근 마시모를 비롯해 바이탈 커넥트, C8 메디센서스 등 의료기기 전문업체 출신의 인력를 대거 영입했다.
삼성도 무혈 혈당측정기 개발에 한창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삼성 직원은 “신호등 원리를 차용한 혈당치 위험 경고 시스템을 갤럭시 기어 스마트워치에 도입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관련 스타트업들과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벤처스는 5000만달러 규모의 ‘디지털 헬스 펀드’를 조성, 미국 혈당 전문 측정업체인 글루코와 이스라엘의 혈당 모니터링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문제는 규제다. 이들 웨어러블 기기가 자칫 당뇨 등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된다면 ‘의료기기’로 분류돼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영양이나 피트니스, 교육용 등 비의료 기기의 한 부문이라는 점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과잉 자가진단에 따른 의료계와의 마찰을 비롯해 개인 진단 데이터의 보안 및 오·남용 문제 역시 헬스 웨어러블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