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종합병원이 협력병원간 의료정보 공유체계 구축에 나섰다. 병원간 의료정보 공유체계 구축이 지난 10년간 논의만 반복되는 상황이어서 협력병원간 의료정보 공유체계가 단계적인 대안으로 대두됐다. 종합병원과 협력병원간 의료정보 공유체계 관련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도 시급하다.
가천대 길병원은 1·2차 협력 병·의원과 환자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진료정보교류(HIE) 시스템을 개발,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도 앞서 경기지역 1차 협력의원과 의료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병원으로는 최초로 전국 1·2차 협력병원 대상으로 진료정보를 교류한다. 지난해 GE헬스케어 솔루션 기반으로 HIE시스템인 ‘이리페럴(eReferral)’을 구축했다. 이리페럴에 적용된 GE헬스케어 솔루션은 국제의료표준화단체(IHE) 표준 프로파일을 구현한다. 진료 정보를 담는 문서 양식은 의뢰요약지와 퇴원요약지의 표준 양식을 사용했다.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매칭 알고리즘을 적용해 환자를 식별한다. 문서교류 표준과 환자 관리, 병원·의료진·진료과 관리, 동의서 관리 등 표준 모듈을 개발해 확장성과 이식성을 높였다. 가천대 길병원은 올해 시스템 성능 향상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4분기부터 1·2차 협력 병·의원에 적용한다.
교류하는 진료정보는 복지부 진료정보교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단적 영상정보, 검사명, 겸사결과·단위 등 검사정보 △약물명, 현재복용상태, 복용시작일·종료일, 복용방법, 용량·단위, 투여간격·횟수 등 투약정보 △수술명·수술일, 수술내용, 처치·시술 기관명, 처치·시술 담당의사명 등 처치목록 등이다. 협력병원은 웹 기반 HIE시스템 뷰어로 진료·영상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협력병원간 진료정보 교류에 적극적이다. 지난 2007년 첫 사업을 시작해 당시 10여개에 적용된 진료정보 교류가 현재는 경기도 50개 1·2차 병·의원에 적용됐다. 분당서울대병원도 국제 표준 기반으로 진료 기록과 처방, 영상까지 협력병원과 정보를 교류한다.
협력병원은 언제든 양방향으로 분당서울대병원의 진료 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 진료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윤종환 분당서울대병원 팀장은 “연동 브라우저를 활용, 1·2차 협력병원은 손쉽게 분당서울대병원의 환자 진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1·2차 병원의 진료정보교류시스템 운영비용은 모두 분당서울대병원이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종합병원이 협력병원간 진료정보 교류에 적극 나서면서 환자의 진료서비스가 전체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대형 종합병원서 수술 후 치료를 지역 1·2차 협력병원에서도 할 수 있어 환자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1·2차 협력병원은 3차 종합병원의 환자정보를 공유, 지역 내 의료기관 역할을 강화하고 환자 중심의 진료 내실화도 다질 수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먼저 종합병원과 협력병원간 진료정보 교류에 표준 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 진료교류시스템의 정확한 표준 프로토콜이나 용어체계 등이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이 영세한 1·2차 협력병원 대상으로 진료정보 교류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종합병원 관계자는 “의료정보 공유체계는 1차적으로 종합병원과 협력병원간 진행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종합병원 간에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